현대건설 운명판정일을 하루 앞둔 2일 저녁 진 념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시내 모처에서 만났다. 두 장관은 현대 오너급 인사를 직접 만나 현대일가의 `결자해지적 결단'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자 마지막 기회임을 최후 통첩하기로 역할을 분담했다.우선 오후 7시께 진 장관은 팔레스호텔로 정주영 명예회장의 친동생인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을 불러 강한 어조로 얘기했다. “이젠 가족이 뭉쳐야 합니다. 당장 내일 아침 전체 가족회의를 열어 결단을 내리도록 하세요.
몽구 회장이 중국출장을 떠난다고 하는데 이런 시기에 말이나 됩니까. 출장을 연기하고 가족회의에 참석하라고 하세요.”
비슷한 시각 이 위원장도 막 귀국한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회장을 만나 단호한 입장을 전달했다. “정부는 원칙대로 처리할 것입니다.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법정관리로 가는 수밖에 없어요.”
사실 경제팀 핵심부에선 `왕자의 난' 이후 사분오열된 정씨 일가에 대해 “힘을 모아라. 그리고 결단을 내려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진 장관은 지난달 몽구 회장과 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을 만나 “이젠 형제끼리 서로 도와야 한다”고 설득했고, 최근엔 현대계열의 현대경제연구원 김중웅 원장에게 “오너들이 착각해선 안된다. 정부입장을 잘 전달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3일 오전 기대했던 정씨 일가의 가족회의는 열리지 않았고 진 장관과 이 위원장은 현대 일가에 대해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면서 강한 실망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