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의 대혼전인 미 대선이 상대를 비방하는 막바지 TV광고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확보 선거인단수가 동수를 이루어 하원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최근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에게 약간 밀리는 민주당 앨 고어 후보는 이번 주말께 부시의 자질을 문제삼는 광고로 승부를 건다는 계획이다.
고어 진영은 1일 새로 시작된 TV광고에서 “고어는 대통령이 되는데 필요한 경험의 소유자”임을 거듭 강조하고 교육개선, 국가부채 감축, 중산층을 위한 감세 및 환경보존 등에 관한 공약을 집중 소개하고 있다.
이는 행정경험이 부족한 부시를 은근히 비난하는 내용인데 이번 주말부터는 노골적으로 공격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지금까지 공약 소개위주의 긍정적인 광고 캠페인을 벌여온 부시 진영도 1일부터 고어의 정직성을 거세게 비판하는 새로운 광고를 내보내며 선제공격을 시작했다.
부시 진영의 광고는 먼저 고어가 자신의 어머니가 지불한 관절염 약값이 애견을 위해 쓴 약값의 3배에 달했다고 말한 실수를 집어내 “지금 고어는 또다시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광고는 또 고어가 민주당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선거 과정의 한 토론회에서 결코 진실이 아닌 것을 말한 적이 없다고 밝히는 비디오를 발췌해 내보낸 직후 아나운서가 “정말이냐”고 반문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이같은 상호비방 광고전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선거분석가들은 자칫하면 선거인단 확보에서 서로 동수를 기록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체 선거인단 538명을 각각 269명씩 나눠갖게 된다는 이런 가정은 고어가 캘리포니아주를 비롯 코네티것, 델라웨어, 워싱턴DC, 하와이, 일리노이 등 23개주를 석권하고, 부시는 미시건주 등 나머지 27개주를 이길 경우에 발생한다.
이 경우에는 하원으로 최종 승부가 넘겨진다. 그런데 하원에서의 결정은 현재의 의석이 아니라 이번 선거결과에 따라 새로 구성되는 107대 하원에서 대권의 향방이 정해진다. 문제는 여기서 또 복잡해진다.
만약 현재 223대 209석(무소속 2, 공석 1)으로 열세인 민주당이 다수당을 탈환하면 고어가 당선될 것 같지만 하원투표에서는 의석수대로 투표가 행해지는 게 아니라 50개주가 각각 1표씩 행사하는 형태로 투표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즉 하원 54석을 보유한 캘리포니아나 3석이 배정된 알래스카주나 각각 1표를 행사해야 하므로 그 주의 다수당 에 따라 투표가 행해질 것을 가정하면 전국에 걸쳐 더 많은 주를 장악할 가능성이 큰 부시가 유리하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다우지수 보면 고어가 유력"
뉴욕증시의 주가동향을 나타내는 다우존스 산업평균 주가지수를 분석해 볼 때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이색적인 분석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1일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가 민주당의 고어 후보를 약간 앞서고 있지만 1897년 다우지수 등장 이후 치러진 25차례의 대통령 선거에서 22번을 정확히 맞춘 다우의 예언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우측의 주장은 투표일 직전인 10월 말의 다우지수가 7월 말보다 오르면 집권당 후보가 당선되고, 떨어지면 집권당 후보가 낙선한다는 분석에 근거한다.
올해의 경우 다우지수는 8월에는 급등세를 보이다 9월 한 달과 10월 초에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중순부터 다시 상승세를 회복하면서 지난달 31일10,971.14 포인트로 장을 마감, 7월 말 대비 4.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우지수 분석은 여론조사와도 대개 일치하는 데 8월 상승세로 접어든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부시는 17%포인트의 우세를 보였으나 이후 지지율 격차가 점차 줄어들어 다우지수가 정점에 도달한 뒤인 9월6일 조사에서는 고어가 오히려 3%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반전됐다.
또 고어의 지지율 우세는 9월20일 조사에서 10%포인트까지 늘어났으나 다우지수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부시가 다시 10%포인트 역전했다.^다우지수가 10월 말 이후 상승세를 보이면서 부시의 지지율 우위는 3%포인트로 줄어든 상태에 있다.
뉴욕 타임스는 유권자들이 주식시장 움직임에 따라 투표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증시와 투표행위가 미래에 대한 미국인들의 감정을 나타내는 것이란 맥락에서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올해와 상황이 비슷한 1968년 대선에서는 이같은 전망이 어긋난 적이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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