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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만의 세상 멋진 미래를 품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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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만의 세상 멋진 미래를 품은 곳

입력
2000.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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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에버하르트 뫼비우스 지음, 김라합 옮김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존경하고 형제처럼 대하는 사회는 인류의 영원한 바람일 것이다. 평화롭게 일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갈망. 이러한 바람은 때로는 원시공동체를 표방한 공상적 사회주의자의 실험으로, 때로는 예술인들만의 배타적 주거공간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 공상과 실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보리 발행)는 1956년 9월 스페인 오렌세 시 인근 벤포스타에 세워진 아이들만의 공화국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까지 44개국에서 4만여명의 아이들이 찾은 그곳을, 독일에서 연극배우, 감독, 극장주로 활동하던 에버하르트 뫼비우스가 1972년 여름 한 달 동안 방문해 남긴 기록이다.

책은 공화국의 탄생과정부터 이야기한다. 1956년 헤수스 실바 멘데스(당시 23세) 신부가 아이들만의 나라를 세우기로 결심한 것은 노먼 토록 감독이 1937년에 제작한 영화 `소년들의 마을'을 보고 난 후였다. 영화는 미국 네브래스카 주에 아이들을 위한 도시를 건설한 플래니건 신부의 실화를 극화했다. 실바 신부는 이 영화를 보고 오렌세 시의 가난한 아이들 15명을 모아 벤포스타로 향했다.

저자가 묘사하고 있는 벤포스타 공화국의 모습은 매우 흥미롭다. 우선 아이들은 돈을 받고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다. 수업을 공동체가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강요한 과정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오히려 돈을 받는다.

그리고 아이들은 빵공장, 가죽공장, 슈퍼마켓 등에서 정해진 시간동안 일하고 돈을 받는다. 아이들은 돈이 있어야만 식권을 살 수 있고 잠을 잘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문제를 결정하고 풀어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들이 경제독립을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게 실바 신부의 지론이다.

`아이들만의 공동체'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미성년자의 노동력 착취'는 기우다. 생필품이나 관광상품의 생산은 공화국에 `고용'된 어른들이 담당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단지 일하는 의미에 대해서만 배울 뿐이다.

공화국 대통령과 시장은 주민 투표로 뽑는다. 주민총회라는 게 있어 대통령과 시장의 정책결정을 비판하기도 하고 탄핵하기도 한다. 본인 의사와 부모 동의로 공화국 주민이 된 아이들은 20세가 돼 공화국을 `졸업'하기까지 주민총회를 통해 자유와 민주주의의 원리를 실천한다.

국가 예산은 관광상품이나 비자 판매 수입으로 마련된다. 1964년 결성된 `무차초스'라는 서커스단의 외국 순회공연 수입도 큰 재원이 된다. 이 서커스단은 `삶의 기쁨과 형제애'라는 벤포스타의 사명을 예술로 변형해 전세계에 전하는 역할도 한다.

이런 점에서 벤포스타는 청소년 구제시설이 아니다. 사회에 뒤떨어진 아이들을 치료하고 보호해주는 곳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곳이다. 교육공동체로서, 지속가능한 삶의 형태로서 벤포스타는 멋지게 자리를 잡았다. 44년 동안 종교와 피부색에 상관없이 30개국에서 모여든 4만 여명의 아이들은 벤포스타의 이념을 가지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좀더 나은 세상, 좀더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존재는 아이들뿐이다. 그 세상은 지금의 학교교육이나 가정교육으로는 안되고 아이들이 손수 집을 짓고 살면서 스스로 관리하는 어린이 나라를 세워야만 이뤄질 수 있다고 믿었다.”아이들이 일궈가는 참된 독립국가. 실바 신부가 바라는 벤포스타의 미래상이다.

김관명기자 kimkwm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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