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9집 앨범을 발표한 아일랜드 그룹 'U2'지상에 머물 방 한 칸 없으며, 복도 지지리 없다고 의기소침하게 되며, 어느 한 곳 갈 곳이 떠오르지 않는 그런 순간이 있다. 쨍쨍하게 맑은 날은 더욱 이런 순간에 처한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 이런 날은 오히려 하늘이 내려 앉은 듯 흐려있다면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U2' 의 `뷰티풀 데이(Beautiful Day)'는 바로 이런 느낌이다. `하늘이 내려 앉은 날/ 그댄 아름다운 날이라 생각할 지 모르지/ 아름다운 날/ 그냥 흘러가게 두지는 마/ 날 좀 다른 곳으로 데려가 주어/ 내가 아주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믿게 해주어'
아일랜드 밴드 `U2'는 한마디로 가장 지성적인 팝 그룹이다. 리더 보노 휴슨은 싱어송 라이터로 특히 정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가사로 유명한데 빔 벤더스 감독의 `밀리언 달러 호텔' 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영화 곳곳에서 드러나는 미국 문화에 대한 조소와 냉소는 보노의 음악적 지향까지도 엿보게 한다. 1987년에 발표, 그들을 세계적인 밴드로 발돋움시킨 `죠수아 트리(Joshua Tree)'에서 그랬듯, `래틀 앤드 험(Rattle And Hum)'에서 그랬듯, `밀리언 달러 호텔'에서 그는 미국 문화의 충치를 마음껏 드러나게 했다.
올해로 결성 25년째. 1976년 마운트템플 고교생이었던 베이시스트 래리 뮬런 주니어가 학교 게시판을 통해 광고를 내자 보컬 보노, 기타리스트 에지가 합세했다. 데뷔음반은 1979년 `U2:3'이다. 종교적 도그마와 인종차별 그리고 폭력에의 저항, 그들의 노래는 시대 정신을 담아왔다. 성공한 그룹이 그러하듯 어느 순간부터는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비판도 만만찮게 제기됐다.
그럼에도 그들은 지성파 아티스트로 여전한 위치에 있다. 최근 영국에서는 “미국식 틴에이저 그룹들이 주도하는 세계 팝음악은 죽었다”는 논쟁이 한창인데 보노 역시 `미국식 쓰레기 팝'을 비난하는 데 게으르지 않다.
3, 4년마다 새 음반을 내는데, 이번에 4년만에 나온 9집 앨범 `All That You Can't Behind(묻어둘 수 없는 모든 것)'는 브라이언 이노, 대니얼 라노이스 두사람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느리게 하늘을 유영하는 연(鳶)의 느낌처럼 자유롭고 유유자적한 `Kite'에는 보노 보컬의 매력이 담겼다.
비음이 약간 깔린 그의 목소리는 오히려 더욱 촉촉한 느낌을 전달한다. 드럼과 베이스의 묵직한 화음에 밴드음악의 흥겨움이 녹아있는 `Elevation', 파워풀한 보컬과 코러스가 매력적인 `Walk On'도 빠뜨릴 수 없다,
`비난과 부끄러움과 오욕을 지워버리는 그 이름은 우아함'이라고 노래하는 `Grace'에 이르기까지 사람됨의 의미를 노래하는 `U2'의 새 음반은 별반 새롭지는 않으나 참으로 아름답다. 아름다움은 노래의 큰 미덕이다. 그것은 특히 요즘 노래가 잃어버린 중요한 한 가치이기도 하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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