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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정현준펀드 어떻게 해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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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정현준펀드 어떻게 해부" 고민

입력
2000.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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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인사 있다""없다" 말바꿔정현준(구속) 한국디지탈라인 사장이 조성한 700억원대 사설펀드의 해부방법을 두고 검찰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사설펀드는 동방ㆍ대신금고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된 정ㆍ관계 로비 의혹을 풀 수 있는 유력한 단서.

검찰은 수사초기 여권 실세 등의 펀드 가입설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내용” “범죄인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조심스런 모습을 보이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총 700억원대 규모의 5개 펀드를 찾아냈고 650여명의 가입자 명단이 담긴 컴퓨터 디스켓도 압수하는 등 적지않은 성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1일에는 “유명인사가 가입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정씨의 진술을 이례적으로 소개하며 수사에 상당한 진척이 있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펀드 가입자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에 대해서도 “장래찬 국장처럼 업무와 관련한 대가성 차원이라면 죄가 된다”며 이전보다 한결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실제로 검찰 주변에서는 정치권 인물로 분류될 인사들의 이름과 언론인들의 이름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하루 뒤인 2일 검찰은 다시 “유력인사는 없다” “관련자들의 진술도 구체성이 없어 믿기 힘들다”며 다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검찰의 애매한 행보는 수사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 당초 고발사안인 불법대출의 진상규명보다 정ㆍ관계 로비의혹이 사건의 본류로 자리잡을 경우, 자칫 수사 실패의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는 것.

이밖에 대부분 차명인 펀드 가입자를 일일이 가리는 작업이 쉽지 않다는 수사과정상의 문제도 검찰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보인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이경자 닫힌입 어찌 열까"

거물급 펀드포섭役 추정 '모르쇠'일관

정현준ㆍ이경자 로비의혹 사건과 관련, 검찰이 정ㆍ관계 로비의 핵심으로 지목받고 있는 동방금고 부회장 이경자(李京子ㆍ56)씨의 입을 열지 못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설펀드 가입자 600~700명 중 한국디지탈라인 사장 정현준(鄭炫埈ㆍ32)씨 측 가입자들은 30대 초반 젊은 층이 대다수고, `거물급' 포섭은 이씨의 역할이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

검찰도 당초 이씨의 입을 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먼저 이씨의 측근들을 신속히 소환, 증거인멸 우려를 없앤 뒤 이들로부터 이씨의 로비 정황에 대한 진술을 받아냈다.

그러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측근들의 진술이 대부분 “어느 펀드에 누가 있다더라” 수준이었던 것.

결국 이씨의 `자복'만이 남은 상황이나 사기 등 전과8범의 이씨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전담검사가 무려 사흘 동안 꼬박 매달려 이씨와 아홉끼 식사를 함께 하며 인간적으로 진술을 끌어내 보려 했으나 허사였다.

이씨는 400여억원의 불법대출 주도 사실만을 시인했을 뿐 “장래찬(張來燦) 금감원 전 국장도 모르고, 더구나 정ㆍ관계 로비는 한 적도 없다”고 완강히 부인했다.

최근에는 “동방금고 유조웅 사장이 모든 것을 주도했다“며 불법대출 책임조차 남에게 미루고 있는 상황.

검찰 관계자는 “사설 펀드 가입자의 실명 확인도 쉽지 않은 형편에 이씨의 진술 없이 로비 혐의를 수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이씨의 입을 열게 할 수 있는 `열쇠'를 찾느라 고심 중”이라고 답답해했다.

박진석기자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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