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의 최만희 감독이 니폼니시 전 부천감독이 떠날 때 지도방법에 대해 물었더니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부천을 맡아 아디다스컵 결승에 진출했을 때 일입니다. K선수가 패스미스를 했고 이것이 결승골로 연결돼 패했지요.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후 K가 슬럼프에 빠져 1년 내내 출전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달래도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카메룬(니폼니시는 카메룬을 90년 월드컵 8강에 진출시켰다)을 지도했을 때 선수들은 승패나 실수에 관계없이 축구 자체를 즐겼지요. 이것이 한국과 카메룬의 축구실력 차이입니다.”
MBC 해설위원 신문선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아시안컵기간에 트루시에 감독으로부터 `내가 지도한 남아공선수들은 축구를 즐겼는데 한국선수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선수들은 축구를 즐기지 못하기 때문에 외국대회에 출전할 경우 향수병이 빨리 온다.
매일 외국음식 먹고 운동하고 호텔방에 틀어박혀 지내는 지루한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사우디와의 준결승서 후반 체력이 갑자기 떨어져 패한 원인도 향수병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
스포츠 심리학자들도 경기때 쌓인 육체적 피로는 2~3일이면 회복하지만 정신적 피로는 30일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 축구가 `생각이 없는 로봇축구'라는 말을 듣는 것도 선수들이 축구를 즐기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기는 축구만을 강요받았고 실수했을 때 지도자에게 꾸중을 받으며 성장했기에 축구를 즐길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 지도자들은 축구를 즐기는 법을 가르쳐야 하고 선수들도 즐길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재미있는 축구' `창조적인 축구'가 가능하다. 한국축구의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사소한데 있는지도 모르겠다.
/유승근u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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