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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코스피 선물' 부산이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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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코스피 선물' 부산이전 안된다

입력
2000.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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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코스피200 지수선물을 부산선물거래소로 이전한다니 이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다. 이는 명분도 없고 논리에도 맞지않을 뿐 아니라 자본시장 발전에 역행하는 처사이다.미국에서 근 20년 동안 이 분야에서 가르치고 파생상품시장 발전을 지켜보았지만 한 거래소에서 잘되고 있는 상품을 인위적으로 다른 장소로 옮겨 거래하는 사례는 지금까지 한번도 본적이 없다. 거래가 부진하면 모를까, 어떤 측정치로도 성공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코스피200 지수선물을 경제적 이유가 아닌 정치적 이유로 다른 장소로 옮긴다면 훗날 현 정부의 큰 오점으로 남지 않을까 걱정된다.

코스피200 지수선물은 코스피200지수 옵션과 더불어 세계파생상품시장 역사상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급성장한 상품으로, 미국 학생을 가르치는 필자에게 긍지를 갖게해주었으며 많은 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이렇게 세계적 화제가 될 정도로 거래가 활발한, 성공적 지수선물을 다른 장소로 옮긴다니 어떤 논리로서도 납득하기 어렵다.

국내 신문에서 이미 거론된 미시적인 사항들은 차치하고 거시적인 면에서 몇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대외적으로 명분이 서지 않는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자본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외국자본을 유치해야 할 때가 아닌가. 이러한 시기에 정치적인 이유로 자본시장의 상징인 증권시장에서 그 구조를 억지로 조절하려 함은 가뜩이나 한국의 구조조정을 통한 금융혁신을 긴가민가하는 눈초리로 예의주시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는 결국 관치금융이라는 괴물의 재등장으로 비쳐지면서 자본이탈의 구실을 제공할 것이다. 국내은행들이 요즘 국제시장에서 어느 정도 악조건으로 외국자본을 차입하는지를 보면 국내시장에서의 외국자본유출 위험이 얼마나 큰가를 바로 알 수 있다. 제2의 경제위기를 경고하는 사람들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아주 근거없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지수선물을 부산선물거래소로 이전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한다는 점이다. 근래에는 기술혁신과 세계화의 결과로 정보 및 운영 효율성 향상, 거래비용절감, 거래유동성 향상 등을 목적으로 거래소를 분리하는 것 보다는 합치는 것이 추세라 할 수 있다. 세계선물시장의 효시가 되는 미국의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고의 노력 끝에 독일의 유렉서(EUREX)와 합치지 않았던가.

아직도 현물과 선물의 분리를 주장하는 일부 사람이 미국의 시장을 예로 들면서 코스피200 지수선물의 부산이전을 주장하는데 이는 참으로 구태의연한, 미국 선물시장발전과정에 대한 몰이해의 소치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우선 시장발전과정이 나라마다 다른 점을 이해해야 한다.

또 선물, 옵션이 현물에서 파생되어 나온 상품들이라고 해서 분리되어야 한다는 이론은 없으며,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물과 연계되어 거래 운영 감독되어야지 독립해서 취급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에서의 파생상품시장 발전 잠재력은 엄청나다. 지역발전 운운하며 정치논리를 앞세우지 말고 차익거래 등 수요가 높은 상품개발에 치중하고 시장발전의 열쇠인 시장유동성, 거래투명성 제고에 박차를 가하면 시장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궁극적으로 거래자는 물론 누구에게도 득이 되는 윈-윈(win-win)게임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장원리다.

훗날 한국자본시장 발전에 큰 오점을 남길 코스피200 지수선물 이전에 대한 재고를 충정어린 마음으로 바란다.

박헌영

미 일리노이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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