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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라고 책가방 뒤져도 되나

입력
2000.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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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춘다.배경내 지음ㆍ우리교육 발행

학교붕괴론을 둘러싸고 왁자지껄한 의견들이 쏟아졌지만, 학교가 변해가고 있다는 소식은 좀체 들려오지 않는다. 내일을 위해 참고 견디고 지루한 학창시절을 보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거기서 거기다. 학교와 학생에 대한 근본적 인식이 변함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 중 하나가 학생은 권리행사 능력이 없는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존재라는 믿음이다.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활동중인 배경내씨가 쓴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춘다'(우리교육 발행)는 이 믿음에 대한 도전적인 보고서다. 예컨대, 아무리 선생님이라지만 남의 가방을 뒤지는 것이 정당한가란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경찰의 불심검문도 엄격히 제한됨에도 학교만은 그런 면에서 일종의 성역처럼 요지부동이다. 생활지도, 교육이란 이름이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학생이라고 자존심이 없을까? 그들에게 인간으로서의 보편적 권리가 없을까?

이런 의문 아래서 학교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을 돌아보면, 분명 학교는 인권의 심각한 공백지대다. 교사의 기분에 따른 자의적인 체벌, 일상의 세밀한 영역까지 침범하는 생활지도, 학생이 학생을 규율하는 `선도부' 등 직접적인 신체적 폭력과 명예훼손과 프라이버시 침해 등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저자는 30여명의 학생과 10명의 현직교사 심층인터뷰를 통해 학교의 인권 문제를 살피면서 인권침해의 구체적 모습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학교에서 약한 애 괴롭히는 애들 보면 걔네도 선생님한테 개맞듯이 맞는 애들이거든요. 자기보다 약한 애들한테 분풀이 하는 거죠 뭐, 돌고 도는 것 같아요” “성적 갖고 때리는 건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 공부 못하는 것도 맘 아픈데, 맞으면 더 서럽죠”

아이들의 가감없는 목소리를 통해 고착화한 우리의 관념을 풀어헤치고, 보다 근원적인 성찰의 시간을 갖기를 원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학교를 지배해온 입시문화, 권위주의 그리고 빈약한 교육적 상상력에서 학교 문제가 비롯됐다는 저자는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학교가 재조직되지 않으면 결국 돌고 도는 폭력의 고리가 구조화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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