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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 생활체육 - 아줌마들 그라운드를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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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 생활체육 - 아줌마들 그라운드를 누빈다

입력
2000.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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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축구팀 전국에 15개… 환갑나이에도 종횡무진서울 양천구 신정교 옆 안양천에 자리잡은 축구장. 해거름에 주부 8명과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 8명이 서로 편을 갈라 열심히 축구공을 쫓고 있다.

어린이팀의 한 아이가 강하게 걷어찬 공이 아주머니 얼굴에 정확히 맞는 `대형사고'가 터졌다. 경기가 중단되는가 했지만 잠시 정신을 잃은 아주머니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얼굴을 한번 닦고는 다시 공을 쫓아 뛴다.

악착 같은 '아줌마'들이 그라운드에 몰려들고 있다. 송파구 마포구를 비롯, 올해 도봉구와 양천구에도 여성축구팀이 창단돼 축구를 배우려는 주부들의 의욕이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현재 여성생활체육축구팀은 서울 4개팀을 비롯, 울산, 대전, 평택, 조치원 등 전국적으로 15개 정도. 주부축구선수들은 코치의 지도아래 매주 2~3회씩 정기적으로 훈련하며 수시로 친선대회를 통해 갈고 닦은 기량을 뽐낸다.

마포여성축구단의 풀백 김숙자(61)씨와 심정순(64)씨는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는 눈부신 플레이로 운동장에 쉬러나온 택시기사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다.

남편의 조기축구회를 따라다니며 축구를 시작, 8년째 공을 차고 있다는 김숙자씨는 연습이 없는 날엔 집에서 케이블TV로 축구만 시청하는 열성축구광.

집에는 온통 축구공과 유니폼으로 가득하고 경기중 부상에 대비, 생명보험에 따로 들었을 정도다. “축구공만 보면 흥분이 되고 경기전날엔 설레는 마음에 잠도 안온다”는 김씨는 “공을차는 순간 세상살이의 근심걱정도 함께 날아간다”며 항상 마음이 즐겁단다.

심정순씨 역시 “축구를 시작한 뒤 잔병이 모두 사라졌다”면서 “은퇴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노익장을 과시한다.

축구를 통해 이들이 얻는 가장 큰 기쁨은 가정의 화목이다. 남편과 아이들과의 저녁시간에는 축구를 소재로 한 대화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또한 집에서 꼼짝도 않던 남편들이 다리도 주물러주고 경기장에 나타나 물도 직접 떠다주는 등 뒷바라지가 즐거워 축구를 즐기게 된다는 아주머니도 많다.

양천구여성축구단과 꼬마팀의 경기는 결국 꼬마팀의 2_0 완승. 꼬마선수들의 빠른 스피드와 개인기에 속수무책이던 여성팀은 간간히 2대1 패스와 업사이드 트랙을 넘어 2명의 공격수를 배치하는 `반칙전술'로 꼬마팀의 문전을 두드렸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아직 꼬마들에게 이겨본 기억이 없다는 주부들. 하지만 이들에게서 한국축구의 매운맛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음을 느낀다면 너무 지나친 과장일까.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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