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일보 포럼 / 은행 소유지분한도 올려도 되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일보 포럼 / 은행 소유지분한도 올려도 되나

입력
2000.11.03 00:00
0 0

정부는 최근 금융발전심의회를 열고 은행의 동일인 주식소유한도를 4%에서 10%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은행의 책임경영과 경쟁력 강화가 그 취지.이를 두고 그동안 무사안일주의와 타성에 빠졌던 우리 은행에 명실상부한 주인이 생김으로써 책임 경영과 시장 논리에 의한 자유 경쟁이 이뤄져 금융산업과 경제 전반의 체질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지론과 소유 한도 만큼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곳은 재벌기업 밖에 없으므로 결국 은행을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맞서고 있다.

찬성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1998년 후반에 잠시 등장했다가 반대 여론에 부딪쳐 잠잠해졌던 은행의 주인 찾기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관치금융에서 비롯된 엄청난 부실과 금융기관의 방만한 경영실태에서 나타나는 도덕적 해이, 최근 부실징후기업 선정과정의 혼선을 볼 때 은행의 자율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 없이 금융산업에 대한 총체적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어려울 것 같다.

수익성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 향상을 통해 금융산업은 21세기의 고부가가치 전략산업으로 거듭나고 경제의 체질이 시장친화적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금융시스템의 선진화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려면 자율적인 합병이나 특화·전문화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실질적인 대주주를 허용하는, 책임있는 경영체제가 전제돼야 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의 경영 정상화는 소유권에 기초한 책임 경영과 수익성을 추구함으로써 가능하다. 그런 시각에서 볼 때 직접적인 규제를 철폐하고 시장원리에 충실토록 함으로써 금융산업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은행주식 소유제한 완화는 긍정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현재 논의중인 은행법 개정의 핵심은 1983년 은행 민영화시 8%였으나 95년 지배 대주주의 출현을 막기위해 4%로 축소한 동일인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얼마로 높이느냐는 것이다. 금융 선진국들은 기본적으로 소유상한 규제가 없고 지분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승인 또는 신고 절차를 밟게 돼있다.

현행 제도는 대기업의 금융산업 진출을 차단하는 것에만 역점을 두고 있어 그 대안의 출현을 근본적으로 저해하는 기능을 하고있다. 또 외국인에 비해 내국인의 주식소유 한도 규제를 엄격하게 하는 역차별적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은행제도 개선의 근본 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소유지분이 완화되면 은행이 대주주의 사금고가 돼 결국 금융자본에 대한 산업자본의 지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유제한 완화와 더불어 은행의 건전성과 공적기능을 훼손하지 않도록 사후 감독 강화와 대주주에 대한 여신제한, 대주주의 자격요건의 보완 등을 비롯한 일련의 보완장치가 철저히 뒤따라야 하지만 제도보완 자체에 너무 치중하여 `은행의 주인찾기'를 위한 은행법 개정이 실질적인 은행의 자율적 감독과 경영권 행사를 보장하지 못하는 실효성 없는 개악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적응하느라 금융산업에 대한 여력이 있는지 조차 의심스런 재벌이 금융산업을 소유하는 것을 우려해 차라리 관치금융을 그대로 두겠다는 우는 범하지 않아야 한다. `재물이 쌓이면 도둑이 들끓으니 차라리 가난하게 살겠다'는 논리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반대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국내 은행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현행 소유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외국 자본에 의한 국내은행 소유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은행 소유 제한은 내국인을 역차별하는 문제가 있다.

소유규제가 공적자금 투입으로 국유화한 은행들의 민영화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정부를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문제는 소유규제를 완화할 경우 국내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 자본가는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이며 결국은 재벌기업들이 이들 은행의 대주주로서 부상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을 지배할 경우 기대되는 혜택은 매우 불확실한 반면에 그에 수반될 문제점들은 매우 구체적이고 심각하다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충분히 알려져 있다.

그 대안으로 선진국과 같이 감독 당국의 승인없이 소유할 수 있는 지분을 정해 놓고 이를 초과하면 심사과정을 거쳐 추가적 소유 허용여부를 결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특정인의 은행 지배시 폐해가 우려될 경우 심사과정에서 이를 기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규제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승인권을 갖는 감독 당국이 얼마나 공정하게 사안을 판단할 수 있는가가 매우 중요한데 이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초기에는 순수금융자본가로서 은행을 소유하더라도 동 대주주가 추후 여타 사업을 소유하게 될 경우 또는 특정인을 대리하여 은행을 소유할 경우 등을 가려낼 객관적인 감독체제를 우리가 갖추고 있는 가에는 커다란 의문이 있다.

한편 현행 소유규제 하에서도 경쟁력 있는 은행이 존재한다는 것은 소유규제가 문제의 진정한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금융기관들은 대개 2∼3%의 지분을 가진 기관투자가들이 과점주주집단을 형성하고 있으며 대주주가 산업자본인 경우는 거의 없다. 국내에 은행을 설립하려는 외국 자본들도 대부분 금융자본들이지 산업자본은 아니다.

은행부실화의 진정한 배경에는 정부의 과도한 경영개입, 기업가치 또는 주주를 우선시 할 수 없는 경영자 인센티브 구조, 무능하거나 정부 말만 경청하는 은행경영자를 쫓아낼 수 없는 지배구조 등이 있다.

순수금융자본의 미흡한 발달, 실물 및 비은행금융부문의 재벌지배현상, 불완전한 감독 및 사법체제 등을 고려할 때 은행의 소유지배구조개선에 관한 논의는 우선 사외이사회제도의 활성화 등 지배구조의 개선과 은행경영의 자율화 방안에 맞춰져야 하며 이는 진정한 주주권의 회복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이사회나 경영진이 제대로 책임을 다하지 못할 경우 또는 은행 경영에 개입하여 손실을 입히는 정책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주주권의 행사가 가능토록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실시될 수 있는 대안이다.

■텔레서베이

은행의 동일인 주식소유한도 상향 조정에 대해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일보와 한국통신엠닷컴이 1~2일 018을 이용하는 전국의 성인남녀 4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찬성이 72%, 반대가 28%였다.

찬성은 20대 56.3%, 30대 78.1%, 40대 87.5%, 50대 이상 100%로 나이가 많을수록 많았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80%)와 회사원(74.4%), 성별로는 남성(73.7%)의 찬성 비율이 높았다.

찬성의 이유로는 `은행의 주인을 찾아줌으로써 책임 경영이 가능해지므로'가 67.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외국인은 사실상 소유한도가 없는데 내국인만 소유한도를 낮게 두는 것은 역차별이므로'가 20.3%, `법으로 소유한도를 묶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으므로'가 11.9%였다.

반대의 이유로는 `은행이 특정인이나 특정기업의 사금고가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60.9%, `다른 정책으로도 은행의 책임 경영을 얼마든지 유도할 수 있으므로'34.8%, `금융권 구조조정 등 시급한 현안이 많으므로' 4.3%의 순이었다.

한편 `은행의 주인이 없는 것이 은행 부실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65.9%가 `그렇다'고 대답했고 `그렇지 않다'는 34.1%에 그쳤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73.3%)와 회사원(69.2%)에서 `그렇다'는 대답이 많아 동일인 주식소유한도 상향 조정에 대한 응답비율과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