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이 민심을 어지럽힌 까닭은 금융감독원과 정ㆍ관계 고위 인사들이 관련됐다는 의혹 때문이다. 이런 의혹이 불거지면 민심은 대개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아무리 성의껏 진상을 밝히고 해명해도, 의혹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이런 습관적 불신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상규명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단순한 해명에 그쳐서는 의혹을 씻어 낼 수 없다. 오히려 민심을 한층 흐트릴 우려가 있다. 사태를 수습하고 민심을 진정시킬 책임을 맡은 이들은 이런 이치를 유념해야 한다.
이 사건의 핵심인 정ㆍ관계 실력자들의 개입 의혹을 풀 단서는 정현준씨가 모은 사설펀드의 가입 리스트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경제에 미칠 영향을 내세워 리스트 수사에 소극적 모습을 보였다. 이어 파문이 확산되자 `투자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고 방어선을 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국민은 불법대출 등으로 경제질서를 해친 자들은 물론, 불법행각을 비호한 대가로 부당한 이득을 챙긴 이들까지 가려 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의 사설펀드는 주가조작으로 많은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었다. 이런 마당에 검찰이 `투자의 적법성'을 미리 논하는 것은, 마치 적법성을 입증하는 데만 신경 쓴다는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
검찰 수사가 신뢰를 얻으려면 먼저 `정현준 리스트'로 알려진 펀드 가입자 명단부터 공개, 투명한 수사를 해야 한다. 정치인 등 공인의 스캔들은 위법성 여부만을 따질 일이 아니다. 원래 스캔들은 부도덕성이 시비의 중심이다. 또 설령 단순한 투자목적으로 펀드에 가입했더라도, 결과적으로 엄청난 불법과 비리에 이용됐다면 도의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검찰은 이런 국민 정서를 잘 헤아려야 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장래찬 금감원 국장 자살 사건도 의혹을 남기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들은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자살했다'고 말한다지만, 바로 그 때문에 새로운 의혹이 확산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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