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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 나의 든든한 후원자, 한국 평화유지군

입력
2000.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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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엔평화유지요원 생활은 1993년 소말리아 근무로부터 지금의 동티모르까지 벌써 8년째에 접어든다. 동티모르의 로스팔로스는 내 관할지역으로 이곳에서 내 직함은 행정책임자다.군인과 경찰 등 주로 남성들과 호흡을 맞춰 일해야 하는 이 활동은 여성에게는 간단하지만은 않은 작업이다.

특히 문화, 종교, 관습이 다른 수십개국에서 파견된 군인, 경찰, 민간인들을 통솔해가며 치안유지, 구호, 재건 작업을 지휘하는 행정책임자의 역할이 순탄할 리는 없다.

올초 이 활동을 시작할 때는 정말 힘들었다.유엔 직원중 반 이상이 말라리아 등 풍토병으로 누워버릴 정도 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길이고 통신망이고 모두 부실해 도대체 어디서부터 일을 해야 할 지 앞이 캄캄했다.

동티모르처럼 민간행정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평화유지군(PKF)들과 손발이 맞지 않으면 어떤 일도 진행시킬수 없어 행정책임자로 부임하면 바로 이 `PKF길들이기'가 큰 어려움 중의 하나다.

이곳 동티모르에 파견된 유엔소속 행정책임자 중 아시아인은 일본인 한명과 나, 단 두명이고 여성도 단 둘 뿐이다.

그러나 나 같은 소수가 목소리를 낼 수 이유는 단 한가지. 420여명의 한국군 PKF 덕택이다. 다른 행정책임자들은 PKF와 갈등으로 울상을 짓고 부탁, 애걸, 심지어 협박까지 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는데 내게는 먼 얘기다.

한국군 PKF는 그들대로 한국인 행정책임자의 체면 세워줄 궁리에 열심이고 나는 나대로 한국군 PKF 위상 높이기에 신이 나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93년 소말리아에 공병대를 파견한 이후 지금까지 큰 성장을 했다. 외곽에만 파견돼 있던 한국군 PKF는 이제 동티모르의 수도 딜리에까지 들어가 수도경비를 맡고 있고 사령부에도 한국군 장교들이 여러명 있다.

최근에는 북한도 유엔기구에 직원을 보내기 시작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진통 끝에 태어난 동티모르는 1950년대초 고난을 치룬 한국에게는 친동생같은 나라이다.

한국처럼 유엔과 밀접한 인연을 맺은 나라가 참여에 소극적인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앞으로 남북한이 나란히 군인과 경찰을 파견해 유엔 평화유지활동에 동참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도 이제는 꿈이 아닌 것 같다.

송혜란

유엔 동티모르 과도행정기구(UNTAET) 지방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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