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들은 정말 잔인하다. 어음 만기가 돌아오는 날이면 평소 거래했던 사채업자들의 휴대폰이 모두 끊기다. 은행문이 닫힐 무렵 그 쪽에서 전화가 오는데 이때는 부르는게 값이다. 담보 가치를 시세의 반으로 부르는 것은 보통이고 3분의 1 이하로 후려치기도 한다."정현준 게이트의 장본인 정씨가 최근 검찰에서 했다는 서늘한 얘기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고리대금업은 아마도 인류사에서 가장 강인한 업종 중 하나일 것이다.
동서고금에서 끊임없는 질타와 지탄에도 줄기차게 음습해온 그 끈질긴 생명력이 거의 경이정이다. 성경에도 등장하는 고리대금업은 셰익스피어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서 잘 묘사되어 있다.
주인공 샤일록을 '박해 받는 유대인'으로 정당화하는 해석마저 있고 보면 때로는 그 업의 당위성까지 취득하고 있는 셈이다.
■하기야 제도 금융의 첨단을 앞서가는 미국에서도 고율의 사채 대금업에 성행하고 있다 한다. 그것도 시티그룹 같은 유수의 금융회사들이 뒷돈을 대거나 자회사 형태로 버젓이 업소를 차려 재미를 보고 있다 하니 뭐가뭔지 아리송할 정도다.
사실 오늘날 세계시장을 쥐락펴락한 유대계 금융재벌들의 모태가 고리대금업이다.
그러고 보면 고리대금업이야 말로 금융자본의 원초적 씨앗인지도 모르겠다.
■고리대금업으로 금융신화를 창조한다는 데는 할 말이 없지만 그 과정의 피비린내는 끔찍하기만 하다. 이번 정현준게이트도 아주 도식화하면 '사채 함정에 빠진 기업인의 몰락'이다.
그 함정의 고리가 줄줄이 연결돼 수많은 '개미'들이 물적 피해를 입고 나라경제가 흔들리며 종국엔 한 인명마저 앗아간 것이다.
고리대금업 악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새삼 전율이 이는 것은 누군들 그렇게 당하지 않을 거라고 앞날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송태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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