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의 컴퓨터는 한 번에 한가지 일만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의 컴퓨터는 한 번에 여러가지 일들을 동시에 수행한다.예를 들면 윈도에 `창'을 여러 개 띄워놓고 몇 가지의 일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멀티프로세싱은 요즘 사무실 혁명을 일으키는 주역이 되고 있다.
비단 컴퓨터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언제나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며 신문을 보는 경우도 멀티프로세싱이고 신문 보면서 TV 뉴스 듣는 것도 멀티프로세싱이다.
그런데 이러한 멀티프로세싱 능력은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더 뛰어난 것 같다.
아날로그 세대 부모가 디지털 자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 중 한 가지가 라디오를 틀어놓고, 그것도 어른이 듣기에는 소음에 가까운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는 것이다.
그들은 공부하면서 음악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고, 또 때때로 몸을 흔들어대기까지 한다.
공부는 집중해서 하는 것이란 인식이 강한 부모에게는 자녀들의 이러한 멀티프로세싱 능력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주어진 시간과 능력을 미분화해서 사용하는 멀티프로세싱 능력은 점점 복잡해지는 주변환경에 적응하는 데 필수적인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요즘 아이들은 우리들이 자란 환경보다 훨씬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다.
예전에는 공부만 잘 하면 됐는데 요즘은 운동도 잘 해야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관리도 해야 한다.
학교 공부 말고도 영어학원, 컴퓨터학원 등 다녀야 할 데도 많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내 아이의 하루 스케줄이 나보다 더 복잡한 정도이다.
디지털세대의 일상생활에서의 멀티프로세싱은 이처럼 복잡한 상황에 대처하면서 발달한 능력인지도 모른다.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 아이를 보며 더 이상 나무랄 이유는 없다. 다만 아이에게 옆의 사람을 방해하지 말라는 배려는 가르쳐 주어야 한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솔직히 자신을 표출하는 디지털 세대의 적극성을 격려해야겠지만, 한편으로 아날로그 세대와의 공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문식ㆍ재능교육 전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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