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것이 죄 많은 이 몸에 태어나서 젖도 못 먹고…미안하다, 미안혀. 너 먼저 간단 말이냐, 이 어미 혼자 어쩌라고.”눈시린 소복에 아기를 보듬은 차희(40)의 애끓는 사설에 객석 여기 저기서는 숨죽여 훌쩍이는 소리까지 비집고 올라왔다. 오태석씨의 모노드라마 `어미'는 그를 만나 더 이상 연극이 아니다.
결혼도 못 하고 3년전 사고로 죽은 막내 남동생이 이제는 편한 마음으로 북망산천 가기를 바라는 큰누이의 애절한 해원굿이 된다. 8월 시작한 연습 내내 그의 눈은 마를 날 없었다.
특히 본격적인 감정이입에 들어 간 9월초에는 연습 도중 너무 울어 눈이 통통 붓고 급기야 혼절, 지압사가 와 온몸을 주무르고 난 뒤에야 깰 정도였다. “막내 장가만 보내면 되는데…” 평소 노모(66)가 버릇처럼 되뇌이던 한 서린 말은 쓰러진 그에게까지 따라 다녔다.
한국 여인의 성정이 쏟아 낼 수 있는 벼라별 슬픈 소리를 구사해 낸다. 곡, 창, 비명 등 그의 목청이 내는 소리가 상여소리, 파도, 물소리 등 해안 마을의 효과음과 어우러진다.
어미, 봉사 무당, 장승, 죽은 자식을 드나드는 1인다역. 또 상여소리와 민요를 부르며 염까지 한다. 처녀 귀신과의 영혼 결혼식도 집례한다. “어차피 무당 팔잔데, 이번에는 동생을 고이 북망산천에 보내줘야죠.”첫 모노 드라마지만, 그에게 전혀 낯설지 않은 것은 해묵은 염원 때문이다.
그는 재담과 어우러진 우리 춤ㆍ노래 연기로 88년 4월 `객석'지에서 `올해의 유망주'로 선정한 배우다. 1994년 베네수엘라에서 가졌던 극단 자유의 `피의 결혼'이 끝나자, 그를 지켜 보던 체코 연출가는 달려 와 격렬한 포옹 세례를 퍼붓기까지 했다.
자꾸만 잠겨 오는 목을 추스리느라 인터뷰는 몇 번씩이나 끊겨야 했다. 큰 누나의 이번 해원굿은 두 동생이 갹출해 준 400만원의 제작비, 극단 사다리 대표이자 친구인 유홍영씨의 무료 연출ㆍ홍보 작업이 없었더라면 빛을 보기 힘들었다.
북ㆍ징·매기는 노래 등 악사역은 이정미(32). 김소희제 소리 전수조교인 자신의 수제자이기도 하다. 5일까지 리듬공간소극장. (02)743-1683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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