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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찬씨 자살파장 / 당혹…난감…부산해진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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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찬씨 자살파장 / 당혹…난감…부산해진 검찰

입력
2000.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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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장래찬(張來燦) 전 국장의 갑작스러운 자살은 검찰과 금감원 그리고 가족들을 모두 혼란속으로 몰아넣었다. 장씨의 자살은 신병확보를 소홀히 한 금융감독원, 출국금지 등 안이하게 대처한 검찰의 소극적인 태도가 한몫을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당황한 검찰

서울지검은 지검장 회의를 긴급 소집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했다. 수사 지휘를 맡고 있는 이기배(李棋培) 3차장 검사는 “여러 경로로 장씨 소재를 추적해왔는데 침통하다”면서도 “차질은 생기겠지만 수사는 원칙에 따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2부(이덕선ㆍ李德善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4시30분 수사검사를 현장에 급파, 검시에 참여토록 하는 한편 유서 등 유품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동방금고 유조웅 사장마저 해외도피한 상태여서 난감한 게 사실”이라며 “수사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침통한 금융감독원

금감원은 일손을 놓고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 장씨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김중회 비은행검사1국장은 “장씨가 변호사를 만나 상의해야겠다는 등의 말을 남겼지만 횡설수설하는 등 극도의 불안감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직원들은 장씨가 상당히 소심한 성격이었던 만큼 수사에 대한 중압감을 못이겨 자살을 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와 함께 금감원 내부에서는 장씨의 자살이 금감원에 대한 의혹을 더 부추기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흘러 나왔다.

▲망연자실한 가족과 자택 주변

장씨의 가족과 친지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막내동서 임모씨는 “동서가 보직 해임된 뒤 신경이 날카로워졌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런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면서 놀라워 했다. 형 래형(63)씨와 누나(60) 등 가족 3명은 장씨가 목을 맨 한조장여관으로 찾아와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K아파트 자택은 가족들이 모두 집을 비운 채 굳게 닫혀 있었다. 부인 박모씨도 장씨가 잠적한 23일 낮 12시께 언니 2명과 함께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박씨는 지난해 가을 금강산여행을 갔다가 머리를 크게 다쳐 대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불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의 모 대학에 재학중인 장남은 이달초 미국 유학을 떠났고, 작은아들은 군복무중이라고 주민들은 전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김정곤기자 kimik@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 자살 현장

장씨는 23일 집을 나설 때 입고 있던 감색 양복바지에 회색 와이셔츠 차림이었다. 8평 크기 객실에 놓인 탁자에는 대학노트 6장에 쓰여진 유서가 금감원 신분증과 나란히 놓여 있었고, 바닥에는 금감원 다이어리 등이 든 작은 서류가방이 있었다. 욕조에서도 물에 젖어 찢겨진 대학노트 2장이 발견됐다.

종업원들에 따르면 장씨는 30일 밤 10시께 소주가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들어와 숙박부에 이름을 적지 않은 채 방에 들어간 뒤 문밖 출입을 하지 않았다. 장씨는 투숙 직후 여관 종업원에게 “종이를 갖다 달라”고 부탁, 종업원이 대학노트 8장을 갖다준 것으로 드러났다.

▲ 현장주변

한나라당 이부영 부총재와 엄호성 의원은 이날 오후 6시20분께 국회 정무위의 공겅거래위원회 국감 도중 장씨의 자살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가 사건경위를 파악했다.

이 의원은 “장씨가 살아서 진실을 밝혀주었어야 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경찰과 취재진 외에도 금감원 직원 2명이 나와 상황을 일일이 상부에 보고했고, 장씨의 형 래형씨, 검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현장감식 관계자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張씨가 株거래 대행해 준 李씨는?

자살한 장래찬(張來燦) 전 금감원 국장이 유서에서 자신이 주식에 투자하고 손실보전금까지 받게 된 이유는 암으로 숨진 옛 직장 상사의 부인 이모씨를 돕기 위해서라고 주장함에 따라, 이씨가 사건의 또다른 중요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유서에 따르면 장씨는 1977년 총무처에서 재무부로 전근 간 이후 이모 감사를 만나 신뢰를 쌓아왔는데, 이 감사가 간암으로 요절하면서 유족을 돌봐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 장씨는 이 유언을 잊지 못하던 터에 지난 1월 이 감사의 부인 이씨가 “좋은 주식이 없느냐”고 도움을 부탁하자, 동방금고 사장 유조웅씨의에게 조언을 구해 이씨에게 한국디지탈라인 주식 7만주를 사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주식 폭락으로 15억원의 손해를 입은 이씨는 손실보상금 5억원이라도 찾아달라고 장씨를 졸랐고, 이에 장씨는 유사장과 한국디지탈라인 사장 정현준(鄭炫埈)씨를 통해 손실보상금을 받아 이씨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장씨는 이 뿐 아니라 자신 몫으로 투자해 얻은 수익금 7억원까지도 모두 이씨에게 전달, 자신은 한 푼도 챙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문제의 이씨는 현재 경북 구미시 선산읍 죽장동 법륜사(일명 죽장사)에서 요양차 은거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법륜사측에 따르면 이씨는 20일 전인 지난달 11일께 신경쇠약과 불면증 치료 및 요양차 절에 내려와 외부와 일체의 접촉을 끊은 채 요양과 기도생활을 하고 있다. 다만 공중전화를 통해 매일 가족 등과 연락하고 있으며, 며칠 전에는 서울 K대에 재학중인 아들(25)이 한차례 다녀가기도 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박진석기자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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