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이 사실상 퇴출의 길에 접어듦으로써 그동안 수차례 경영일선 복귀를 시도했던 최원석(崔元錫ㆍ58) 전 동아그룹 회장의 `꿈'이 일장춘몽에 그치게 됐다.1998년 5월 경영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최 전 회장의 권토중래 시도가 절정에 달한 것은 지난 7월 동아건설의 정치자금 의혹 사건이 터진 시점이다.
고병우(高炳佑) 전 회장이 경영권 갈등과 정치자금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임, 채권단이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려 하자 기능직 노조는 신문광고까지 내가며 최 전회장의 복귀를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동아건설 관계자는 “노조내 최 전 회장을 지지파가 광고를 낸 것으로 안다”고 말해 신문 광고가 최 전 회장의 뜻에 따른 것임을 암시했다.
최 전 회장의 부인 장은영(張恩榮ㆍ전 아나운서)씨도 언론사 경제부장 앞으로 남편의 경영복귀 필요성을 호소하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장씨는 편지에서 “최 전 회장만큰 동아건설을 사랑하고 운명을 염려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동아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다시 뛰어볼 기회를 달라”고 주장했다.
이러 분위기에서 최 전 회장은 동아건설 전문경영인 공채에 응모, 합법적인 경영권 탈환을 시도했으나 서류심사에서 탈락, 고배를 마셔야 했다.
최 전 회장은 현재 서울 장충동 자택에서 부인 장씨와 함께 살고 있으며 동아건설의 `퇴출'이 결정된 30일 주변 사람들에게 “회사가 회생 불가능한 방향으로 치달아 가슴이 아프다”고 회한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건설 관계자는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에도 직ㆍ간접적으로 회사 경영권 갈등을 일으켰던 사람”이라며 “그가 동아건설을 설립자인 선친(최준문ㆍ崔晙文ㆍ85년 작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있는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동아건설 직원들 "끝까지 최선"
아쉬움속 재기다짐
55년 동안 `건설한국'을 지탱해 왔던 동아건설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지경에 이르자 직원들은 사내게시판을 통해 그동안 가슴 속에 묻어뒀던 회한과 아쉬움을 쏟아냈다.
기술연구원의 한 직원은 할 말이 없다는 듯 제목을 말줄임표만으로 시작한 뒤 “이대로 그냥 주저앉기에는 동아에 대한 내 사랑이 너무 크다”며 “내일 당장 동아를 떠날지라도 오늘 하루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내일 당장 나가라고 해도 모레까지 남아서 내 일을 마무리하고 떠날 것”이라고 적었다.
또다른 직원은 동아건설로 지은 사행시를 통해 “동이 트는 새벽녘에/아침일찍/건설현장에서 살아온 우리/설익은 아침밥에 마누라에게 투정하던 날이 아쉽기만 하다”며 회사를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 현실을 가슴아파했다.
자금 지원을 거부한 채권은행에 대한 아쉬움도 보였다. 재경팀의 한 직원은 “서운하다 못해 배신감이 든다”며 “우리들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희생양이란 생각을 떨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직원들의 주된 목소리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부장급 직원은 “우리의 자존심과 기개는 꺾였을지언정 넘어야 할 또다른 목표를 얻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희망의 불씨가 꺼졌다고 생각될 때 깊은 곳의 숨어 있는 마지막 희망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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