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1호' 동아건설의 퇴출은 실패한 워크아웃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다. `돈 먹는 하마' `밑빠진 독에 물붓기' 등의 숱한 수식어에서 볼 수 있듯이 동아건설은 워크아웃이 진행된 2년여동안 채권단에게 아무런 가능성없는 `짐'이었다.애초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쏟아부은 자금만 1조5,000억원
1980년대 해외 플랜트 공사에 주력하며 견실한 성장을 거듭하던 동아건설이 자금난에 직면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리한 사업확장.
90년대들어 민간 건축공사로 사업을 확대하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건설경기 침체와 자금난이 가중돼 98년 부도유예협약 대상으로 지정된 뒤 같은해 9월 `워크아웃 1호'로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이 동아건설에 쏟아부은 자금은 모두 1조5,000억원 가량. 워크아웃 확정 이전 협조융자 형식으로 1조2,879억원(이자대출 포함)을 지원한데 이어 워크아웃 확정 이후 다시 1,6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했다.
802억원의 부채에 대해 출자전환을 해주고 1조1,000억원에 대해 금리를 연 1%로 낮춰주는 등의 채무조정도 단행했다.
동아건설은 그러나 또 다시 자금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7월 채권단에 3,409억원의 신규자금과 900억원의 금리감면(연 3%) 등을 요구했다.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극치
채권단의 이 같은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동아건설측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는 등 그야말로 워크아웃 기업 모럴 해저드의 극치를 보여줬다.
4월 2차 기업개선계획이 확정된 위히 노사분규, 경영진 내분 등으로 조직분열을 초래했고, 98년 5월 부실경영의 책임탓에 떠밀리듯 물러났던 최원석(崔元碩)전 회장은 6월 신임 회장직 공모에 자진 지원하는 어처구니없는 해프닝까지 연출했다.
게다가 채권단에 다시 손을 벌리면서까지 엉성한 자구계획을 제출,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높다. 동아건설측이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은 사옥 등 보유 부동산 매각 587억원, 인원 감축 1,506명, 리비아 대수로 공사 강화, 민자사업 등 경쟁력 부문 확대 발전 등.
“뼈를 깎는 노력이 보여도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가 불투명한 마당에 사업 확대 등의 터무니없는 자구계획을 내놓는 것은 개전의 정이 없는 것”이라는 것이 채권단측 지적이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대세에 밀려 2년여동안 워크아웃을 유지시켜준 것이 문제”라며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는 것이 오히려 손실규모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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