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자질과 품격은 국정 감사장에서 훤히 드러난다. 의원이 정부나 그 산하기관을 감사하는 것 같지만, 실은 의원이 국감을 통해 자질과 품격을 시험 당하는 셈이다. 실력이 있는지, 시험공부는 제대로 했는지, 이도 저도 아니면 '깡통'인지가 국감을 통해 금새 드러나는 것이다.■경험측으로 볼 때, 의원의 실력 유무는 국감장에서의 태도를 보면 안다. 필요이상으로 피감기관을 닥달하는 의원은 대개 실력이 없거나, 또는 국감 공부를 게을리 한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내용을 모르니까 오히려 질문의 톤은 높고 장황해지는 것이다.
이런 의원일수록 권력기관이나 국세청 등에는 약하다. 아부성 질문을 한다거나 봐 주기식 질문으로 일관한다.
■뒤늦게 시작한 이번 국감도 이런 정형에서 크게 벗어 나지 않는다. 의원들이 실컷 놀다가 시험지를 받아 든 게으른 학생들 같다. 하라는 국감은 제쳐두고 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증인에게 아이큐가 얼마냐는 등의 모멸감을 주는 질문을 던진다.
이런 사례의 한 당사자가 국회 윤리특위 위원장이라는 것은 아이러니다. 국회의 윤리가 어느 정도인지 알 쪼다. 거꾸로 당하는 의원도 있다. 경기도에 대한 국감이 그런 예다.
한 의원이 도지사에게 "징역 몇 년에 집행유예 몇 년을 선고 받았느냐"고 물었다가 호되게 당하는 모습이 TV로 비쳐졌다. 본안과 무관하게 묻는 것도 뭐 하긴 하지만, 어쨋거나 구치소 신세를 졌던 사람이 선출직임을 내세워 당당하게 되받아 치는 것도 뭐 하기는 하다.
■의원 배지를 달았다고 해서 다 유식하거나 품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국회 주변에는 무지의 소치, 또는 사전에 공부를 게을리 해 여러 사람을 웃긴 의원들의 얘기가 여럿 전해진다.
본회의에서 이재민(罹災民)을 시종 나재민이라면서 정부를 매섭게 성토한 의원, 아파트 문제를 지적하면서 00 아파트를 '00 APT 아파트'라며 목청을 높힌 의원, 아랫사람이 적어 준 시나리오대로 상임위 사회를 보면서 매번 "의사봉 3타"라고 한뒤 실제 의사봉을 세번 두드린 의원들이 그런 경우다.
두고두고 무지의 소치로 인구에 회자되지 않으려면 의원들은 평소 부지런히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가 싫다면 적어도 품위라도 지키도록 해야 한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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