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전사순직자가족협의회 최상구 총무지난해 9월7일자 한국일보 7면 ‘발언대’란에는 군에 간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애끓는 심정이 실려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었다. 그때 그 글을 쓴 최상구(崔尙求ㆍ56)씨가 8월 군경전사순직자가족협의회를 발족시키고 11월3일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군부대인권문제 개선을 위한 궐기대회를 여는 등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최씨는 “멀쩡하게 키운 아들이 수긍하기 어려운 이유로 군에서 사망, 차가운 시체가 돼 돌아왔을 때 그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다”며 “지금도 폭행 등으로 부대내에서 사망사고가 일어나고 있고 그 상당수가 의문사로 덮여지는 것은 군부대내의 인명경시풍조와 잘못된 은폐문화때문인 만큼 이를 바로 잡기위해 모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회원이 1,000여명인 이 모임의 총무로 활동중인 최씨는 지난해 6월 장남이 상사의 폭행으로 숨진 뒤부터는 생활이 고통 그 자체라고 말했다.
허전한 마음에 대학생인 둘째 아들과도 한 방에서 보냈다. 주말마다 아들이 묻힌 대전 현충원을 찾았지만 보고싶은 마음만 더해갔다. 그런 가운데 현충원에서 비슷한 처지의 유가족들을 만났고 그럴 때마다 최씨는 부대내의 잘못된 문화를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최씨는 아들을 잃은 부모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전전하거나 심지어 쇼크로 세상을 뜬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 집안은 부모가 정신적 고통 때문에 제대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면서 경제적으로도 큰 곤경에 빠진다.
유가족에게 적절한 배상이 있어야하나 현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최씨만 해도 스무살이 넘도록 키운 자식의 목숨 값이 2,300만원이었다. 최씨를 더욱 분통나게 하는 것은 예방 노력은 거의 하지 않고 사건이 일어나도 덮어만 두려는 지휘관들의 태도. 최씨는 “내 아들만해도 가해자로부터 평소에도 괴롭힘을 당했고 그 가해자는 다른 병사들도 괴롭혀 몇 차례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일이 터지자 윗사람들은 모두들 그런 사실을 ‘몰랐다’고 발뺌만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휘관들이 원인을 철저히 알아보고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때 젊은이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는 일이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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