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동아건설 퇴출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건설업계가 또 다시 `연쇄 부도'의 공포에 휩싸이게 됐다. 동아건설은 이미 워크아웃 상태이고, 퇴출여부가 여러 차례 거론돼 왔기 때문에 그다지 갑작스런 일은 아니지만, `설마' 하던 일이 현실로 닥친 것이다.올들어 최악의 경기를 맞고 있는 건설업계는 이번 동아건설 퇴출 결정으로 건설업계 전반의 신뢰도가 떨어져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 지는 등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까 우려하고 있다.
당장 동아건설의 500여 협력업체와 600여 자재 납품업체의 연쇄 부도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이들 업체에 딸린 40여만명의 종업원이 실직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대한건설협회 김성락(金聖洛) 경영지원본부장은 “ 당장 협력사들이 큰 어려움에 빠지겠지만, 동아건설과 직접 관계가 없는 건설업체에도 자금시장 위축 등 파급효과가 적지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아건설이 현재 진행중인 공사는 국내 공공발주 공사가 북한경수로사업 등 110건, 주택건설 사업이 23건이다. 건설중인 주택의 입주예정자가 1만2,300여 세대에 이른다. 동아건설이 앞으로 법정관리로 갈 지, 청산절차를 밟게 될 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이들 공사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공사마다 이행보증이 돼 있어 시행자나 보증업체가 다른 업체를 선정해 계속 공사를 한다 하더라도 공기 연장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김 본부장은 “공기 지연으로 인한 보증업체의 페널티 부담도 만만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건설업체의 대외 신인도 추락이다. 동아건설의 리비아 대수로 공사는 물론, 다른 국내 업체들도 앞으로 상당기간 해외건설 수주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 뻔하다. 현대건설 손광영(孫光永) 이사는 “국내에서야 다른 업체가 공사를 대신 하든지 어떻게 교통정리가 되겠지만, 문제는 해외수주”라며 “정부가 해외건설 수주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 전체로는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동안 정부가 부실업체 정리에 미온적이거나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들어 온 점에 비추어 보면 이번 조치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침체된 증시에는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확인된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도 한국에 대한 위험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판단할 것”이라 “증시에는 호재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동아건설과 함께 퇴출 가능성이 거론돼 온 현대건설은 상대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동아건설 진행공사 어떻게 되나
리비아 대수로공사 중단…아파트 입주지연 불가피
동아건설 워크아웃 중단 결정에 따라 동아건설이 국내외에서 진행중인 공사는 어떻게 될까.
가장 큰 관심사는 리비아대수로 공사. 동아건설은 1983년 1차 공사(38억달러), 90년 2차 공사(62억)를 잇따라 수주했고 3차 공사(약 50억달러) 수주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예상돼 왔다.
이후 절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일단 진행중인 리비아대수로 1, 2차 공사는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동아건설은 아직 받지 못한 공사미수금 및 유보금 6억2,500만 달러, 공사지연에 따른 위약금(최대 10억 달러) 등 약 24억 달러(2조9,000억원)를 리비아대수로공사 중단에 따른 손실액으로 추산했다. 또한 3차 공사 및 추가공사 등 80억달러로 예상되는 향후 공사의 수주 가능성 또한 희박해졌다. 리비아측이 3차 공사는 물론 공사지연을 이유로 진행중인 1, 2차 공사에서 동아건설을 아예 배제할 가능성도 있다.
또 리비아가 장관을 따로 둘 정도로 대수로 공사를 국가적 대사업으로 추진해온 만큼 공사 중단에 따른 대외신인도 추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비아 대수로청 장관은 최근 동아건설이 위험해지자 우리정부에 `긴급 개입'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을 정도로 신경을 써 왔다. 최근 건설업체들이 해외건설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건설에 미칠 `리비아대수로' 중단 후폭풍은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올해 시공능력 7위를 차지한 동아건설은 현재 국내 23개 현장에서 1만 2,300여세대의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다. 아파트 건설은 대한주택보증의 보증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지 공사를 마칠 수 있다. 다만 공사 중단에 따른 입주지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동아건설 법정관리 쪽으로 가지 못하고 청산(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면 아파트 시공사를 다시 선정해야 하기 때문에 공사 중단을 더 길어질 수 있다.
한편 500여 협력업체와 600여 자재납품업체 등 동아건설 관련 업체들의 연쇄 부도 가능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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