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벤처 대신 안정된 제조업종 대기업으로…” 올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대기업에 인재들이 다시 몰리고 있다. 몇 달 전까지만해도 직 원들의 줄줄이 벤처행에 가슴 졸였던 굴뚝 기업들은 올 신입사원 공채에 구직자가 대거 몰려들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반면 자금난에 시달리는 벤처기업들은 신규 채용은 커녕 오히려 감원 찬바람에 내몰렸다.
현대정공이 20일 인터넷을 통해 올 하반기 대학졸업자 신입사원 공채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 100명 모집에 1만명이 접수, 창사 이래 가장 높은 100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600명의 신입사원을 뽑기로한 현대ㆍ기아자동차에도 이달 24일까지 4만명이나 지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80년대 제조업 전성기를 방불케할 정도로 우량 대기업으로의 취업선호가 다시 생기고 있다”며 “그동안 벤처와 정보통신 업종만 찾던 석ㆍ박사학위 소지자나 해외유학파도 대거 몰렸다”고 말했다.
200명 모집에 7,000명이 응시한 현대중공업의 경우 전체 응시자의 27%가 석사이상 학위 소지자였으며 해외에서 학위를 딴 유학파도 37명이나 됐다.
26일부터 내달 2일까지 인터넷 원서접수를 받는 두산그룹의 경우 120명 모집에 30일까지 2만명이나 몰려 이미 100대1을 넘었다.
두산그룹 인사팀 손석훈 부장은 “내달초 접수를 마감하면 3만명을 훌쩍 넘어 250대1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취업경쟁이 치열한 탓도 있지만 코스닥 기업의 거품이 빠지면서 취업선호도가 불안한 온라인기업에서 탄탄하고 내실있는 오프라인 기업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이달 17일 마감한 한화그룹은 400명 모집에 2만6,000명이 지원해 평균 65: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SK그룹도 이달 초 공채원서 마감결과 800명 채용에 2만5,000명이 응시했다.
30일 마감한 LG화학의 경우 200명 모집에 1만2,000명이 지원했으며 금호그룹도 200명 모집에 1만3,000명이 원서를 냈다.
한편 취업정보업체인 잡코리아(www.jobkorea.co.kr)가 최근 대학졸업예정자 1,237명을 대상으로 취업 선호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년제 대졸 예정자 중 대기업 희망자는 45.4%에 달하는 반면, 벤처기업 희망자는 14.9%에 그쳤다.
채용정보사인 인크루트(www.incruit.com)의 국내기업 이미지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취업하고 싶은 국내기업은 삼성, SK, LG, 현대, 한국통신, 두산 등의 순이었으며 벤처기업으로는 야후코리아만이 10위권에 포함됐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닷컴 위기론이 부각되면서 대학생들이 미래가 불안한 벤처기업을 피하고 안정적인 대기업을 선호하고 있다”며 “벤처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줄이고 경력자를 주로 채용하면서 복지수준도 낮춘 점이 인기하락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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