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저녁 전북 장수군 번암면 88고속도로 장수인터체인지 부근에서 발생한 단풍놀이를 다녀오던 관광버스와 대형 트레일러가 정면 충돌해 21명이 숨진 끔찍한 대형 참사는 후진형 사고의 전형이다. 이날 사고는 대구에서 철근 구조물을 싣고 광주로 가던 18톤 트럭이 중앙선을 침범, 마주오던 관광버스를 정면으로 들이받아 일어났다.이 트럭은 사고 전 1차선 도로에서 앞서가던 소형 화물차를 추월한 뒤 중앙선을 넘어 대구쪽으로 가던 관광버스를 정면으로 들이받았고 버스를 뒤따르던 무쏘승합차가 버스를 추돌, 인명피해가 더 컸다.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1차선 도로에서 무거운 화물을 적재한 화물차가 소형 화물차를 추월한 점이다. 철제빔의 무게까지 25톤에 달하는 화물차가 편도 1차선 내리막 커브길에서 앞차를 추월했다니 사고는 예비돼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한 도로지점은 가뜩이나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중앙분리대마저 없는 열악한 상황이다. 무거운 짐을 실은 화물차가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가뜩이나 커브길에서 가속을 했다니 사고를 부른 직접적 원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무거운 화물을 적재한 차량이 가급적 서행을 해야 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또 부득이 추월을 해야 할 경우도 추월차선이 마련된 곳에서 해야 한다. 화물차가 급가속, 급제동을 하다가 무거운 화물로 인해 운전사가 핸들을 놓쳐 대형참사를 부른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보아왔다. 그러나 사고 화물차량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사고차량 운전사의 무모한 운전이 이번 사고의 주원인인 셈이다.
이번 사고의 간접적인 원인으로는 88고속도로의 열악한 여건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5공 정권이 영ㆍ호남 화합차원에서 건설했다는 88고속도로는 말이 고속도로이지, 사실은 웬만한 국도보다도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행히 물동량이 많지 않아 사고건수는 많지 않은 편이나, 사고율은 높은 점이 이를 말해 준다. 1차선 시멘트 포장이어서 특히 겨울철 도로가 결빙되면 미끄럼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이처럼 사고 발생의 위험성이 큰 도로에 개통된 지 십수 년이 됐는데도 사고를 방지할 중앙분리대나 오르막 차선 등이 마련되지 않았다니 당국도 이번 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또 최근 순찰인력 감축을 이유로 교통경찰 대신 무인감시 카메라 장치로 사고예방 업무를 다 한 것으로 착각하지는 않았는지 묻고 싶다.
운전사가 잠시만 방심해도 참사를 부를 수밖에 없는 88고속도로 같은 사고다발 지역은 경찰이 집중 배치돼야 할 줄 안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운전자나, 당국이 다 함께 우리의 교통문화를 다시 생각하는 자성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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