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지방경제가 시들고 있다. 중소 제조업체들이 집중돼 있는 지방공단마다 최근들어 일감이 크게 줄고 자금이 돌지 않아 휴ㆍ폐업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기업구조조정 한파에다 금융시장 경색이 장기화하면서 예년 같으면 연말을 앞두고 막바지 수출 물량 조달과 내수 출하에 바빠야 할 생산라인이 깊은 시름에 잠겼다.
29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반월ㆍ안산공단 등 수도권 공단의 가동률은 7월 85.1%에서 8월 82.7%, 9월 82.1%로 2개월째 하락해 불황과 호황을 가르는 80선에 다가서고 있다. 시화공단과 인천 남동공단도 7월 81.3~83.6%에서 9월 80.1~83.1%로 떨어졌다. 전국 25개 공단의 평균가동률은 이달 들어 80%대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기업의 부도여파로 중견기업들이 앞다퉈 수주와 투자를 줄이고, 금융기관은 대출과 어음할인마저 기피하면서 지방 영세업체들의 목을 죄고 있다. 수출이 줄고 내수시장 침체까지 이어지면서 공장 창고마다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있다. 부산과 대구 광주 등 지방기업의 불황은 더 심각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0.90%까지 치솟았던 지방의 어음부도율은 지난해 4ㆍ4분기 0.18%까지 낮아지기도 했지만 지난달 0.28%까지 다시 높아졌다.
올 하반기부터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던 기업들이 유가폭등과 건설업체 부도, 대우차 매각 지연 등으로 빈사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견 건설업체인 우방의 부도로 협력업체들이 연쇄 도산한 대구는 지난달 어음부도율이 0.90%로 국제통화기금(IMF)체제 당시의 수준까지 치솟았다. 부산의 경우 지난달 실업률이 전국 최고수준인 6.1%로 높아졌고 광주는 대부분의 건설업체가 올들어 한 건의 수주도 못해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정성모(鄭成模) 동향분석실장은 "증시 침체와 금융경색이 장기화하고 소비심리마저 빠르게 위축돼 내수가 줄면서 지방 중소 제조업체들이 연쇄 도산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첨단기업 유치 등 지방경제 육성을 위한 산업구조 개편과 자금난 완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박은형기자 voi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