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 사장 등이 금융감독원 임직원을 상대로 벌인 로비행태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지난 27일부터 연일 검찰에 소환된 유일반도체 사장 장모씨는 29일 검찰조사에서 "지난해 6월 M&A(인수합병) 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총 30억원 상당의 BW를 시세의 4분의1 5분의1수준으로 저가 발행하다 금감원의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그는 이어 "올 2월 한국디지탈라인의 김모 전 감사에게 금감원 로비를 부탁하며 당시 시가기준으로 13억~14억원 상당의 BW를 무상으로 넘겼으며, 김씨가 또다른 인물을 통해 정씨에게 BW를 건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이후 자신의 10억원을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에게 금감원 로비자금으로 제공한 뒤 BW는 평소 금전거래가 있던 지인을 통해 매도, 수억원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유일반도체가 발행한 BW는 행사가격이 2만원으로 시가 10만원보다 훨씬 낮아 정씨는 로비자금을 제공하고도 일부 차익을 봤을 것"이라며 "지난 6월 장씨는 경영권 확보를 위해 다시 BW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지난 6월 주식투자 손실보전분으로 장래찬 전 금감원 비은행검사국장에게 3억5,900만원을 건넬 당시 손모씨 등 몇 개의 차명계좌를 거쳐 수표로 입금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장 전국장은 잠적중 금감원에 전화를 걸어 "평창정보통신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봐 원금을 돌려받고 주식원본을 반납했다"고 수뢰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그러나 검찰의 계좌추적 결과 정씨가 이경자씨의 요청으로 장 전국장에게 보낸 돈중 2억6,000여만원은 한달 뒤인 7월 다시 정씨 계좌로 '유턴'해 입금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장 전국장이 문제가 될 것 같아 다시 돈을 돌려줬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씨가 정씨에게 요구한 로비자금 3억6,000여만원중 일부를 정씨에게 되갚아줬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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