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고어는 부패한 워싱턴 정상배의 표본" "조지 W.부시는 택사스 석유사업자의 앞잡이"미국 대통령선거가 상대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네거키브 캠페인'이 거세지는 등 막바지 혼탁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고어와 부시는 유세장에서 공약을 홍보하기 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에 주력하는 한편 교묘하게 상대방을 흠집내는 TV광고를 퍼붓고 있다.
부시후보는 지난주 유세부터 고어의 '과장벽'을 집중 공격하며 고어의 신뢰도에 타격을 가하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부시는 "고어가 인터넷을 발명했다고 떠벌였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왜 인터넷 웹사이트 머릿글자인 WWW를 내 가운데 이름인 W를 세번이나 사용했겠냐"고 비꼬았다.
이에 맞서 민주당의 고어 후보는 "부시는 텍사스 석유업자들의 세금을 깍아주는데 앞장선 대신 노인요양소 지원금을 거덜냈고 텍사스 경찰의 부패를 방조했다"며 부시가 주지사 재임중 실패했던 정책을 집중 공격했다.
부시 후보를 지지하는 익명의 단체는 26일 미 대선사상 추악한 정치광고로 유명한 '데이지~ 광고'를 리메이크한 광고를 내보냈다. 데이지광고란 1964년 대선 당시 민주당의 린든 존슨 대통령이 공화당의 배리골드워터 상원의원을 '전쟁광'이라고 공격하기 위해 사용했던 것으로 어린 소녀가 데이지꽃잎을 하나둘 세는 장면에 이어 미사일 카운트다운 장면과 핵폭발 화면이 이어지는 내용이다.
이 광고는 당시 순진한 소녀를 핵전쟁에 연결시킨 부도덕한 광고라고 비난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꾸로 공화당이 "선거자금 수혜대가로 공산 중국에 미국 안보를 팔아먹었다"는 자막과 함께 거의 비슷한 화면으로 구성된 광고를 내보낸 것이다.
이 광고가 나가자 미 언론들은 일제히 '이전투구식 광고'의 재현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부시 진영은 28일 "우리 당관은 공식적인 관계가 없는 지지자들이 저지른 것"이라고 발뺌하며 광고를 중단시켰다.
한편 28일 발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부시 후보가 근소한 차로 우세를 보였다. USA 투데이/CNN/갤럽의 추적조사에서 부시는 49%로 고어에게 7%포인트 앞섰으며 ,최근 고어가 우세를 보였던 MSNBC/로이터 조사에서도 부시가 44%를 얻어 고어를 1%포인트 역전했다.
이밖에 CNN과 시사주간지 타임의 조사에선 부시 49%.고어43% 뉴스위크지 조사에선 부시 45% 고어 42%로 나타났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케네디-닉슨 이후 가장 치열"
미국의 저명한 여론조사기관인 조그비사의 존 조그비 사장은 28일 “이번 대선은 1960년 케네디-닉슨 대결 이래 가장 치열한 접전”이라며 “전문가들도 예측이 어려워 오즈의 마법사에게 결과를 묻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조그비 사장은 이날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거전반에 관해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선거에 대한 미국민의 관심과 예상투표율은. “조사에 따르면 이미 75%의 유권자는 지지후보를 결정했다. 투표율은 50%정도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앨 고어 후보와 조지 W. 부시 후보의 인간적 개성이 표심을 좌우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후보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가슴은 없고 두뇌만으로 가득찬 양철인간’ 고어와 그 반대인 ‘허수아비’ 부시라 할 수 있다. 그밖에 중소도시 유세에 전념중인 부통령들의 유세능력과 막판 유세에 뛰어든 빌 클린턴 대통령의 효력여부 및 고어 후보 표를 잠식하고 있는 녹색당의 랠프 네이더의 선전여부다”
-54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된 캘리포니아주의 현재 판세는. “최근 4회의 조사에서 5~6%포인트 고어가 앞서고 있다. 그러나 고어가 이를 믿고 이곳을 너무 등한시하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
-투표율의 고저가 각 후보에 미치는 영향은. “경합이 치열한 중서부 10여개 주의 경우 민주당 등록유권자가 공화당보다 많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공화당 지지자들의 열성도가 민주당을 앞선다. 따라서 투표율이 낮을 경우 공화당이 유리할 것이다”
-전국 득표율에서 앞서고 선거인단 확보에서 뒤져 낙선할 수도 있나. “가능성이 있다. 작은 주에서 큰 차이로 이긴 반면 캘리포니아 같은 큰 주에서 근소차로 뒤질 경우에 그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뉴욕타임스,고어지지 선언
미국 최고의 유력지인 뉴욕타임스는 29일 사설을 통해 고어 후보가 “21세기 초에 미국을 창조적이고 생산적이며 발전적인 시대로 이끌 것을 확신한다”며 공식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번영을 건설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고도로 이념화된 의회에 끌려 다니는 경험미숙의 대통령에 의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 고어가 백악관의 ‘명예와 존엄성’을 회복하고 재능과 신념에 찬 추가적 조치를 취할 것이란 확고한 믿음을 갖는다고 밝혔다.
또 실리콘 밸리의 독점적 신문인 새너제이 머큐리도 고어 지지를 선언하며 “그의 정책이 조지 W. 부시의 자유방임적 입장만큼이나 실리콘 밸리 기업들의 자율성에 부합하며 특히 그는 어느 선거직 공무원보다 테크놀로지를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워싱턴 포스트도 지난 주 초 고어 지지를 선언한 바 있으며 이밖에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 세인트 루이스 포스트, 미니애폴리스 스타 트리뷴 등도 고어를 지지하고 있다.
반면 부시 후보는 미국 제3위의 대도시인 시카고에서 발행되고 있는 시카고 트리뷴과 선 타임스의 지지를 확보했으며 정치적으로 중요한 선거구인 오하이오와 미시간주에서 콜럼버스 디스패치와 클리블랜드 플레인 딜러, 디트로이트 뉴스 등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실리콘 밸리 뉴욕=연합 김병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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