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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한 국감장, 빛난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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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한 국감장, 빛난 의원들

입력
2000.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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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국감'현장입에 담기 힘든 '막가파식 욕설'이 오고가는 등 올해 국감에서도 어김없이 부끄러운 추태들이 연출됐다. 시민단체의 감시 때문에 출석률은 역대 국감 중 최고를 기록했으나 질적으론 별 차이가 없었다.

자민련의 '국감일보'에 따르면 27일까지 국감 출석률은 평균 96.7%로서 과거의 출석률(75~91%) 보다 훨씬 높았다. 잦은 이석과 조퇴, 10여 시간 질문에 40분 답변 (19일 건교위의 인천국제공항 감사) 등은 출석률의 허실을 보여준다.

o욕설 난장판 24일 건교위의 토지공사 국감에서 민주당 송영진(宋榮珍) 한나라당 권기술(權琪述) 의원이 "이 XX야" "건방진 XX" "뭘 봐 이 XX야" "후레아들 놈의 XX" 등의 육두 문자를 주고받았다. 23일 건교위 감사에서 자민련 송광호(宋光浩) 의원은 "서울대 나온 사람이 아이큐가 그것 밖에 안되나"라며 도로공사 박모 간부를 닦달했다.

o목에 힘준 증인 25일 환노위 감사에서 근로복지공단 김재기 감사는 "김 감사가 취임할 때 노조에서 출근 저지운동을 벌인 이유가 무엇이냐"는 한나라당 전재희(全在姬) 의원의 질문에 "그것은 노조에 물어야 하지 않느냐"고 되묻는 등 공세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o재벌 증인 불출석 26일 국회 정무위의 국감에는 증인으로 채택된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그룹 회장,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 박세용(朴世勇) 전 현대상선 회장 등이 출석하지 않았다. 박 전 회장을 제외한 두 사람은 불출석 사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o샛길로 빠진 정치 공방 27일 건교위의 서울시 감사에서 한나라당 안상수(安商守) 의원이 "대선 후보로 거론되면 지자체가 흔드린다"며 고건(高建) 서울시장의 입장을 따지자 민주당 이윤수(李允洙) 의원 등은 "왜 정치 공세를 하느냐"며 발끈했다.

26일 환노위의 감사에서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의원이 임창렬(林昌烈) 경기지사에게 "징역 몇 년에 집행유예를 얼마 선고 받았느냐"며 본안과 무관한 자극성 발언을 해 설전이 벌어졌다. o피감 기관의 '사이버 테러' 24일 과기정통위의 한국통신 감사에서는 국감 질의에 나선 의원을 겨냥한 한통 직원들의 e-메일 공세가 논란이 됐다.

민주당 곽치영(郭治榮) 의원 등이 한통 직원들의 통신 폭력을 폭로하자 여야 의원들은 관련자 색출을 촉구했다.

o골프 등 향응 감사 통외통위 미주반 소속 의원 3명은 22일 워싱턴에서 주미 대사관측과 함께 골프장을 찾았다. 23일 열린 주미 대사관 감사에선 솜방망이식 질문이 주류였다.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지만 지방을 찾은 의원들이 밤에 피감기관측으로부터 술 등 향응을 대접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국감을 국감답게'얼굴

16대 첫 국정감사는 스타 탄생의 무대가 되지 못할 것 같다. 의원들의 성실성은 예년보다 나아졌지만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이는 의원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서도 몇몇 초ㆍ재선 의원들은 '국감을 국감 답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통외통위의 민주당 장성민(張誠珉) 의원은 '외교 활동비 전용 의혹'을 제기해 행정부를 궁지에 몰아 넣었다. 같은 당 김성호(金成鎬) 의원은 50여쪽에 이르는 '북파 공작원 실태 보고서'를 낸 뒤 보상 대책까지 언급, 이 문제를 공론화 했다.

과기정통위의 민주당 김희선(金希宣) 의원은 인터넷 음란물을 국감 현장에서 시연하는 방법으로 문제점을 부각시켜 관심을 끌었다. 법사위에서는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 의원이 맹활약했는데 이 의원은 일문일답식 질의를 주로 하면서 피감기관의 문제점을 짚었다.

재경위에서는 민주당 박병윤(朴炳潤) 의원이 경제 개혁의 속도 및 폭 조절론을 제기, 논쟁을 이끌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경제 브레인' 이한구(李漢久) 의원도 돋보였다. 이 의원은 정책 실패 지적 차원을 넘어 설득력 있는 정책 대안까지 내놓아 피감기관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았다. 자민련 이완구(李完九) 의원은 '러브호텔 탈세 실태' 등 시의성 있는 사안에 순발력 있게 접근했다.

정무위의 민주당 박병석(朴炳錫),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도 나름대로 성가를 높였다. 박 의원은 '정현준ㆍ이경자의혹 사건'과 관련, 발 빠르게 사건 개요를 취재 해 질의에 반영했고, 엄 의원은 한빛은행 불법 대출 사건과 관련,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하며 증인을 신문했다.

산자위에서는 1996년부터 매년 '원자력 발전 보고서'를 낸 한나라당 맹형규(孟亨奎) 의원이 눈에 띄었고, 민주당 김방림(金芳林) 의원은 '한전 민영화의 단계적 추진'을 주장, 정부 여당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중진 의원 중에는 과기정통위의 한나라당 김진재(金鎭載) 의원과 법사위의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의원이 제 몫을 다했다. 김 의원은 거대 공기업 한국통신을 철저히 해부, 한국통신으로부터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조 의원은 비율사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돋보이는 정책 질의로 성가를 높였다는 게 검찰ㆍ법원 관계자들의 평가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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