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이어 지표경기 마저 하강국면실물경제가 '경착륙' 가시권에 들어섰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가 얼어버린 것은 이미 오래됐지만 안정세를 보이던 지표경기마저 하강국면에 접어들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는 이제 현실이 돼버렸다.
문제는 국민들의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며 급랭(경착륙)할 것이냐, 아니면 어느정도 감내할 수 있는 속도로 연착륙할 것이냐는 점. 경제성장률이 3ㆍ4분기 8.4%→4ㆍ4분기 5.8%→내년 5.4%로 전망됨에 따라 경착륙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금융감독원의 권위 상실로 금융·기업 구조조정의 차질이 예상됨에 따라 실물경제가 경착륙쪽으로 서서히 기울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가시권에 들어선 경착륙
체감경기는 물론, 지표경기의 냉각으로 경착륙의 필요조건은 이미 현실화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실물경제의 3대 지표(생산 투자 소비)중 생산과 투자는 작년 3월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생산 증가율은 작년 동기 대비 20.4%에서 15.1%로, 투자 증가율은 27.3%에서 18.9%로 급락했다. 생산이 둔화한다는 것은 이미 내수와 수출이 급감했다는 얘기고, 투자가 줄고 있다는 것은 내수·수출이 앞으로 더욱 줄 것이라는 뜻이다.
대표적 소비지표인 도소매판매는 14개월간의 두자릿수 증가를 멈추고 7.8월 8%로 떨어진데 이어 9월에는 6.1%를 기록했다. 소비의 선행지표인 내수용소비재 출하(도소매점으로의 출고물량)도 24개월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수출 출하도 연초 36.9%에서 27.2%로 줄었다.
반도체 수출마저 둔화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대부분 수출용인 반도체 출하는 8월에 비해 3.7% 감소했고 이 결과 생산은 8.0%, 공장가동률은 10.7%씩 줄었다. 그나마 실물경제의 지주(支柱) 역할을 담당했던 반도체 경기마저 하강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우리 경제는 중화기도 없이 경착륙과의 전쟁에 들어선 셈이다.
▦ 부실기업 퇴출이 관건
경착륙과 연착륙을 판가름할 결정적 관건은 결국 구조조정의 성공 여부, 그중에서도 부실 대기업에 대한 퇴출이다. 부실기업은 덤핑 등으로 실물경제를 왜곡하고 있고 금융자원의 낭비를 초래, 건전한 기업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부실기업으로 인한 시장 왜곡과 경기 하강이 상승작용을 일으킬 경우 경기 급랭은 불가피하다.
체감경기 악화도 정부가 구조조정에 미적거리면서 신뢰를 상실, 국민들의 위기감이 과대하게 고조된데 따른 탓이 크다. 더욱이 최근 금융감독원의 권위 상실로 향후 구조조정에까지 차질이 예상되고, 부실 대기업의 처리방향도 왔다갔다함에 따라 내수급감과 경기냉각을 더욱 부채질 할 수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심상달(沈相達) 연구위원은 "구조조정은 빨리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며 "부실기업을 원칙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5~6%)을 밑도는 경착륙 가능성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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