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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놀부식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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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놀부식 재테크'

입력
2000.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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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국민들에게는 예금부분보장이니, 실적배당상품이니 하며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더니, 감독관청 관리들은 언제든 원리금이 확보되는 특권적 재테크를 한 셈이죠. 그런 놀부심보가 어디 있습니까.”`정현준 이경자 의혹 사건'의 베일이 하나씩 벗겨지면서 금융감독원 장래찬(張來燦) 국장의 재테크 방식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도피중인 장국장은 최근 금감원 관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평창정보통신 주식 3억5,000만원어치를 샀다가 손실이 생겨 유조웅 동방금고 사장에게 주식 전부를 주고 원금을 돌려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금융 감독을 담당하는 기관의 간부가 사설펀드에 가입해 주식투자를 한 것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금감원 간부라 할지라도 일반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공개 정보를 바탕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장국장이 감독 당국자로서의 특권을 이용해 투자손실을 보전받았다는데 있다. 사기꾼에 걸렸든, 감언이설에 속았든 한번 투자를 했으면 이로 인해 발생한 손실은 본인이 감수해야 한다. 모든 서민들이 자기 책임하에? 투자한다.

1996년 투자신탁회사들이 수탁고 경쟁을 위해 고객들에게 원리금보장 각서를 써줘 부실이 발생했을 때 감독당국은 시장논리를 내세우며 강력한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은 뒤에서 원리금을 보장받으며 `놀부식 재테크'를 한 것이다.

금감원 직원들은 장국장 개인의 비리가 조직의 비리로 확대 해석되는데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미꾸라지 한마리'때문에 금감원 직원 전부를 도매급으로 넘기는 것은 부당하다는 금감원의 항변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정책 당국자 가운데 장국장과 같은 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상당수에 달한다. 이를 실행에 옮긴 사람이 장국장 한사람이라면 이 같은 의식구조를 가진 `제2, 제3의 장래찬'은 적지 않다. 한 조직에 `장래찬식' 의식구조를 가진 사람이 많다면 그것은 단순한 개인 비리가 아니라 조직적 비리, 구조적 문제가 되는 것이다.

남대희 경제부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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