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돈을 내가면서 교육을 받는 나라가 있다는 것을 안 것은 3년 전 중국에 갔을 가 처음이었다. 미국도 대학교육에는 상당한 돈이 들지만, 중국이나 한국 같은 아시아에서는 대부분 대학교육을 받을 때까지 많은 돈을 내야한다.스웨덴과 같이 모든 교육이 무상인 나라에서 자라난 내게 이런 사실이 딴은 몹시 낯설었다. 스웨덴의 교육체계는 9년 동안 교육비가 무상일 뿐더러 교과서, 연필, 노트 는 물론이고 도시락까지 제공된다. 대학 역시 공립이나 사립을 불문하고 약 4만원 정도의 학생회비 외에는 돈 들 일이 없다.
아시아의 교육제도에는 이외에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그중 하나는 이른바 명문대에 대한 추종이다.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기업의 면접관들은 지원자가 학교에서 어떤 과목을 들었고 성적은 얼마나 받았는지, 또 그 직무에 얼마나 알맞은 능력을 가졌는지 보다 명문대를 나왔는지에만 관심이 있는 것같아 보인다.
따지고 보면 한국의 살인적인 대학입시 경쟁도 거기에서 기인하는 것 아닐까. 대부분의 외국인 회사, 특히 최소한 스칸디나비아계의 회사라면 지원자가 대학을 안나왔더라도 직무수행능력만 갖추었으면 채용을 하는 데 비해 한국 기업엔 제약이 많다. 한국에서 교수생활을 하다보니 한국 학생들이 어학을 공부하는 방식도 경쟁력이 떨어지게 하는 요소라는 생각도 절실하다. 어학을 전공하는 많은 학생들은 외국인회사에서 일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외국인회사의 면접관들은 4년 동안이나 어학을 공부했다는 지원자와 대화해보면 이 사람이 과연 어학공부를 했는지 의심이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나 역시 학교에 스웨덴어와 덴마크어를 가르치기 때문에 책임에서 비껴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스웨덴에서 하듯이 수업에서 스웨덴어만 쓰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내 수업시간에는 한국어는 물론 영어도 금지다. 처음에는 이 수업방식에 대해 학생들이 반발하고 몇몇 학생들은 수강신청을 철회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몇주가 지나더니 학생들이 적응하기 시작해 이제는 몇 년 동안 부끄럼이 많아 수업시간에 거의 한 마디도 못하던 여학생들이 스웨덴 사람과 큰 장애없이 회화를 한다. 내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그런 학생들과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선생으로서도 큰 행운 아닌가.
스벤 울로프 울손
한국외대 스칸디나비아어과 교수·스웨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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