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후배들이 여럿 생겼을 때 은퇴하고 싶었는데…" 그랜드슬램 본선 무대를 15번이나 밟았던 한국 여자 테니스 간판스타 박성희(25ㆍ삼성증권)가 29일 올림픽 테니스코트에서 공식 은퇴식을 가졌다.내성적인 성격을 바꾸라며 부산 부전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라켓을 쥐어준 어머니 김채호(53)씨와 아버지 박옥환(59)씨, 지금까지 그림자 지도를 해온 주원홍(44) 감독과 나란히 선 박성희는 17년 동안 정든 코트를 한참 동안 내려다 봤다.
고 1때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주무기인 날카로운 포핸드 스트로크와 '불독'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강한 승부근성을 앞세워 세계 무대의 높은 벽을 여러 차례 넘어섰다. 한국테니스 사상 처음으로 은퇴식을 마련해준 것은 바로 이러한 점을 높이 평가한 때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95년 니치레이인터내셔널 단식 16강전서 세계랭킹 6위 다테 기미코(일본)를 꺾고 세계랭킹이 57위로 크게 올라간 일. 그러나 은퇴 무대였던 이번 벼룩시장배 복식에서 왕시팅(27ㆍ대만)과 짝을 이뤘만 2회전에서 0_3으로 진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한다.
박성희는 왕시팅과 97년 도요타프린세스컵 복식 1회전서 세계랭킹1위 지지 페르난데스(미국)_나타샤 즈베레바(벨로루시)조를 이긴 적이 있어 아쉬움이 더 컸다.
이미 이화여대 체육학과 수시모집에 체육특기생으로 합격한 박성희는 수능시험서 100점만 넘길 경우 꿈에 그리던 캠퍼스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투어생활을 하면서 4억원 가까이 벌어 들인 그는 "파란을 일으켰다고 생각했을 때 이미 상대는 나의 약점을 분석하기 시작했다"며 "그 고비를 넘기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고질적인 무릎과 허리 부상 탓에 예정보다 일찍 코트를 떠나게 됐다. 그는 "교단이든 지도자든 반드시 코트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며 테니스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정원수기자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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