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로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게 된 것도 여러 해인데 올해처럼 당황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이번달 운영위원회에서 논의됐던 내용 중 하나가 교원연금 문제로 인한 24일 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집단 연가와 장외집회였다.우리는 교육환경의 급속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매체의 발달과 경제성장으로 변화하는 아이들과 정체된 교육제도 틈바구니에서 교사들은 온몸으로 어려움을 감당해야 했다. 이런 어려움은 교육부와 교총, 전교조등이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계의 협상능력이나 약속 이행 촉구 방법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는지, 그런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양한 사고와 창의적인 능력을 기르도록 교육할 것인지 걱정된다.
학부모로서, 학교운영에 관여할 책임이 있는 학교운영위원장으로서 정부와 선생님들께 몇 자 적는다. 첫째, 우선 정부는 교사의 노동기본권을 존중해야 한다. 이미 이루어진 단체교섭에 대해서는 부처간 이견이 어떻든, 법규정 자체가 어떻든 협약 사항을 충실히 지키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교육부 장관의 대표성이 인정되지 않아 단체협약이 유명무실해졌고 관련법규를 협상 관?련자들이 모르고 있었으며 결국 최종결정을 기획예산처에서 내리게 되었다는 점 등은 충격을 주었다.
둘째, 이번 사태는 어른들의 문제이므로 교사는 학생들의 수업이 침해받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연가는 정상적인 학습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범주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단체행동의 무기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정부가 단체교섭을 어겼다 하여 집단 연가를 통해 학교 수업이 마비될 지경에 이르게 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이다.
셋째, 교육부와 교원단체의 갈등 해결과정에 학부모들의 열린 논의와 참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넷째, 교육과 관련한 갈등은 여타 문제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일반 사업장에서 단체교섭을 할 때와 같이 파업하고, 공권력 동원하는 식의 방법은 절대로 안된다.
의료계 파업사태에서 일반국민이 입어야 하는 피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교육 문제에 관한 파장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충분한 협의과정과 시간을 가지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을 수는 없었던 것인지. 어떤 협상보다 냉정하고 세련된 면모를 기대해본다.
고진광ㆍ인간성회복운동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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