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중반으로 접어든 가운데 일부 상임위에서 의원들이 정책질의보다는 정치공방에만 몰두, 국감 본연의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27일 건교위의 서울시 감사에서 벌어진 고건(高建) 서울시장의 `차기 대권 후보론'을 공방이 대표적인 예. 고 시장이 시정업무 보고를 끝내자마자 안상수(安商守?한나라당) 의원은 “조순(趙淳) 전 시장이 임기 도중 대선에 나서 시정에 엄청난 차질이 빚어졌다”며 “고 시장도 차기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입장이 무엇이냐”고 따졌다.
이에 이윤수(李允洙ㆍ민주당) 의원은 “서울시의 교통분야 정책을 점검해야할 국정감사장에서 대권후보 운운은 정치공세”라고 받아치면서 여야 의원들간 고성이 오갔다.
소동이 계속되자 고 시장은 “월드컵을 준비하고 1,000만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시정에 온 정성을 쏟는 것 외에 정치적 행보는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못을 박아 사태를 진정시켰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이러니 서울시 공무원직장협의회가 국정감사를 거부하겠다고 하는 것 아니냐”며 혀를 끌끌 찼다.
26일 환경노동위의 경기도 감사에서도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의원이 감사분야와 상관 없이 임창열(林昌烈) 경기지사의 경기은행 퇴출관련 로비사건을 물고늘어지는 바람에 정회사태를 빚는 등 소동을 벌였다.
정치개혁시민연대 김석수(金石洙) 사무차장은 “나라 살람살이를 논하는 국정감사장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공세를 펴는 것은 국감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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