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한테 어떻게 생선을 맡기나.'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가 동방금고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시장검찰'의 꿈까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27일 당정회의에서 민주당은 올 정기국회에 상정될 증권거래법 개정안 중 `금감위의 불공정거래 조사권한을 공정거래위원회 수준으로 강화한다'는 조항에 제동을 걸며 입법을 유보시켰다.
당초 정부는 기업구조조정 촉진과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미국 증권관리위원회(SEC)처럼 금감위의 조사기능을 `준(準)사법기구'수준으로 높일 계획이었다.
현재 자료제출요구권과 관계인출석요구권으로 제한된 금감위의 기업조사 권한에 ▦사실상 압수수색에 해당하는 영치권 ▦기업을 직접 조사할 수 있는 현장조사권을 추가키로 관계부처 협의까지 끝낸 상태였다. 법만 통과되면 금감위는 내년부터 명실상부한 `시장사정기구'로 공정위나 국세청 검찰에 못지 않는 막강파워를 누리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동방금고 사건에 금감원 간부가 연루돼 권위와 도덕성이 땅에 떨어지면서, 이런 조사권 강화계획이 원점으로 되돌아가고만 것이다. 당 관계자는 “금감원 간부와 벤처기업인의 유착도 결국은 과도한 권한집중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는 칼자루를 금감위에 또 쥐어준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을 조기 완결하고 시장내 불공정행위를 뿌리뽑으려면 금감원의 조사권한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금감원 직원의 개인비리 때문에 전체 구조조정에 차질이 빚게 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