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을 참았던 뉴욕 팬들의 기다림과는 달리 지하철시리즈는 너무 짧았다. 양키스는 8마일을 되돌아가기가 내키지 않았던지 원정구장인 셰이스타디움에서 언제 다시 운행될 지 모를 월드시리즈 지하철을 세웠다.1956년 양키스와 브루클린 다저스간의 뉴욕 지하철 시리즈이후 44년만에 열려 뉴욕팬들을 흥분시킨 양키스와 뉴욕 메츠간의 월드시리즈는 결국 20세기 최고의 팀 양키스가 21세기 첫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뉴욕 양키스는 27일(한국시간) 셰이스타디움에서 열린 7전4선승제의 월드시리즈 5차전서 9회초 루이스 소호(8월 양키스로 이적)의 결승 중전안타에 힘입어 메츠를 4-2로 누르고 4승1패로 챔피언반지를 끼었다.
양키스는 이로써 1923년 월드시리즈 첫 우승이후 통산 26차례나 정상에 올랐고 72~74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월드시리즈 3연패를 달성한 이후 26년만에 3연패를 기록했다.
아메리칸리그의 양키스는 1921년 이후 자이언츠, 다저스, 메츠 등 내셔널리그 뉴욕팀을 상대로 한 14차례의 지하철 시리즈에서 11번이나 승리를 거둬 뉴욕의 맹주임을 재확인했다.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는 4차전서 1회 초구 홈런에 이어 5차전 1-2로 뒤지던 6회 동점 솔로홈런을 터뜨린 양키스의 명유격수 데릭 지터가 선정됐다.
5차전은 우승을 눈앞에 둔 양키스와 벼랑 끝에 몰린 메츠간의 치열한 접전이었다. 양키스 선발 앤티 페티트와 메츠 선발 알 라이터의 팽팽한 투수전 양상은 2-2로 균형을 이루던 9회초 양키스 공격때 깨졌다.
이미 120여개의 공을 던진 36세의 노장 알 라이터는 9회초 선두타자인 5번 티노 마르티네스와 폴 오닐을 잇따라 삼진처리, 무사히 완투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조지 파세다를 풀카운트 접전끝에 볼넷으로 내 보내면서 메츠의 비극은 시작됐고 `브롱크스의 폭격기'라는 별명답게 양키스는 9회 찾아온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MVP 스콧 브로셔스가 좌전안타를 터뜨려 2사 1, 2루. 8회 2루 대수비로 출장한 루이스 소호가 알 라이터의 초구를 강타, 중전안타를 터뜨렸다.
이때 메츠 중견수 제이 페이튼이 포수 마이크 피아자에게 던진 공이 홈으로 쇄도하던 2루 주자 파세다의 몸에 맞고 메츠 덕아웃으로 들어가면서 주자 2명이 모두 홈인, 승부는 양키스로 기울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조 토레감독 '명장중의 명장'
“양키스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게 있다.” 4패 가운데 3번을 1점차로 아깝게 놓친 패장 보비 발렌타인 뉴욕 메츠 감독이 내뱉은 푸념이다. 그런 불평 뒤에는 5년 동안 4번이나 소속팀을 월드시리즈 정상으로 이끈 조 토레(60) 감독에 대한 원망도 뒤섞여 있다.
96년 벅 쇼월터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쫓겨난 뒤 조지 스타인브레너 양키스 구단주는 메츠에서 내야수로 뛰다 감독까지 맡았던 조 토레를 불러들였다. 토레는 그해부터 매년 90승 이상을 거뒀고 98년에는 정규리그 114승을 거두며 전성기를 열었다.
지난해 3월 전립선암을 앓아 2개월 동안 팀을 비웠지만 그 시련도 무난히 넘어갔다. 그러나 팀의 주축 멤버들이 늙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올 시즌 정규리그서 겨우 87승(74패)을 거둘 때만 해도 전문가들은 양키스의 침몰을 예고했다. 그러나 묵묵하게 팀을 지휘해온 토레 감독은 포스트시즌서 고비 때마다 과감한 작전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데이비드 콘, 척 노블락, 폴 오닐 등 고참들도 “토레의 지시다”는 말로 불평없이 따랐다. 44년만에 열린 지하철시리즈의 패권을 차지한 토레 감독은 “팀 연봉 1억 달러가 넘는 스타플레이어들 데리고 있기 때문에 우승에 대한 스트레스는 더 컸다”며 눈물을 한 없이 쏟았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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