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시장 보궐선거 패배를 두고 한나라당 내부가 편치 않다. “공천 과정이 다소 시끄럽긴 했지만, 텃밭인 경북 선거에서 설마 지랴”는 당 지도부의 판단이 안이했음이 입증된 까닭이다.무소속으로 당선된 박진규(朴進圭) 후보는 당초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했으나, 6ㆍ4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전력과 건강이 문제가 돼 공천 탈락했다. 당 지도부로선 경북지역 도 의원들이 집단으로 박 후보를 비토했기 때문에 공천을 주기도 어려운 입장이었다.
일이 꼬인 것은 그 다음부터였다. 한나라당이 내세운 조규채(曺圭彩) 후보가 김재규(金載圭) 전 중앙정보부장의 비서였다는 사실, 보궐선거 날짜가 공교롭게도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시해 사건이 있었던 10월26일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경북 지역서 영향력이 큰 박근혜(朴槿惠) 부총재가 발끈, 조 후보지원을 거부했고 이 지역의 대성받이로 박 전 대통령과 본관이 같은 밀양 박씨 문중이 들고 일어나 조 후보 낙선 운동을 벌이는 상황 등이 겹치면서 선거전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는 “영남 지역 정서로 보나, 여론 조사 결과로 보나 결국은 한나라당이 이기게 돼 있다”며 선거 결과를 낙관했다. 그래서인지 27일 오전 당 3역 회의가 끝난 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영천 시장 보선 패배에 대해 다소 반성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사후(事後) 기류를 전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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