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10일 앞두고 민주, 공화 양당의 텃밭에서 이상 기류가 일고 있다.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서 민주당에 연승을 안겨준 최대 표밭인 캘리포니아주에서 최근 조지 W. 부시 후보가 선전하고 있다.반면 부시 후보의 동생 젭이 주지사로 재직중이어서 공화당이 리드하던 플로리다주에서 앨 고어 후보가 대약진을 하고 있다. 54명이라는 최대 선거인단이 배정돼 빌 클린턴 대통령의 연임에 일등공신 역할을 해온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지난달까지만 해도 10%포인트 이상 고어가 우세를 보였다.
때문에 고어 진영은 캘리포니아주를 `부동의 아성'으로 치부하고 8월 전당대회후 단 사흘밖에 유세를 하지 않았다. 고어는 앞으로 선거일까지 캘리포니아주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처럼 안심하고 있는 사이 부시측은 8월 이후 무려 7차례나 이곳을 찾아 지지를 호소한 데 이어 600만 달러를 투입, 집중적인 방송광고 공세를 폈다. 이같은 총력전의 효과에 힘입어 부시진영은 최근 지지율 격차를 5~7%포인트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부시의 이같은 추격에 당황한 민주당 소속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는 26일 “고어의 유세가 불가능하면 클린턴이라도 한 번 들러달라”고 긴급 호소했다.
네 번째로 많은 25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된 플로리다주의 경우 젭 부시 주지사의 후광에 힘입어 줄곧 부시 후보가 8~10%포인트로 앞서왔으나 최근 들어 불과 5%포인트차로 격차가 줄었다. 고어 진영은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비록 인기가 좋은 젭 부시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겼던 저력을 촉발시킬 경우 승산이 있다고 보고 총공세를 펴왔다.
고어 후보는 거의 열흘에 한번 꼴로 이곳을 누볐다. 민주당은 은퇴한 노인들이 많고 히스패닉 등 소수민족비율이 높은 점을 감안, 처방약값 인하와 소수민족 우대공약을 집중 홍보했다. 최근 고어 후보 지지가 급상승한 데는 이같은 공략이 먹혀든 결과라는게 민주당의 분석이다.
이같은 고어의 선전에 자극받은 부시 후보는 25일 자신의 한때 라이벌이었던 존 맥케인 상원의원을 대동하고 플로리다주를 횡단하는 유세를 감행하며 표단속에 나섰다. 플로리다주의 경우 현재 부시 후보가 앞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어 후보에 호감을 갖고 있는 노인들이 대거 투표에 참가할 경우 박빙의 승부가 연출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고어,네이더 표점식 우려
대장정을 끌어온 미국 대통령 선거가 홈스트레치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민주.공화 양당 은 막판 선거전의 골칫덩이로 등장한 랠프 네이더 녹색당후보와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대책에 고심중이다.
미 소비자운동의 대부로 전통민주당의 지지성향 표를 잠식하고 있는 네이더는 앨 고어 후보가 박빙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중서부 지역에서 선전하며 민주당에 무시할 수 없는 타격을 가하고 있고 그간 자중하던 클린턴 대통령이 막판에 고어지지 캠페인들 벌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먼저 민주당의 앨 고어후보는 26일 ABC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 프로에 출연, 진보성향 및 환경보호주의자들의 표를 잠식하고 있는 네이더와 정면대결을 하겠다고 밝혔다. 고어는 환경보호를 주창하고 있는 네이더를 의식, "환경보호에 관한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고어는 "네이더 지지표가 결국 부시지지 효과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주장은 내 구미에 맞지 않는다"면서 "내가 오히려 원하는 것은 모든 유권자가 나를 열정적으로 지지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라고 네이더의 도전을 평가절하했다.
네이더는 캘리포니아, 미시간, 미네소타, 오리건, 워싱턴, 위스콘신, 메인 등 8개 주에서 4~10%의 지지율로 선전하고 있다.
한편 조지 W. 부시 공화당후보는 26일 NBC 뉴스와의 회견에서 클린턴 대통령의 선거운동 가세 결정을 마치 기다렸는 듯이 환영하며 일전불사 태세를 보였다.
부시는 금주 초만해도 클린턴이 자신의 공약을 맹공하고 나서자 르윈스키 성추문 망령이 되살아나지 않게 클린턴이 선거전에 끼어들지 않는 게 좋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부시는 이날 회견에서 "클린턴이 고어를 위해 선거운동을 해주길 바라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많이 있다"며 "클린턴의 등장은 고어가 제 발로 혼자 설 수 없음을 유권자들에게 인식시켜줄 것으로 본다"고 클린턴-고어를 싸잡아 공격했다.
고어는 클린턴의 부정적 이미지를 우려해 그의 선거운동지원을 별로 원치 않았었으나 클린턴 고향인 아칸소주나 흑인.중남미계 지지가 높은 캘리포니아 등의 투표율 제고를 위해 긴급구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턴은 고어와 민주당 의원 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음 주부터 캘리포니아, 아칸소, 루이지애나를 방문할 예정이다./워싱턴=윤승용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