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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외환자유화, 지금은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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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외환자유화, 지금은 때가 아니다

입력
2000.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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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내년도 경기와 경상수지, 그리고 환율 등이 매우 불확실한 상황으로 마치 안개 속에 있는 듯하다. 이러한 시기에 내년부터 외환자유화와 금융종합과세, 예금부분보장제도를 동시에 실시하려고 계획하고 있다.이중 내년에 실시하는 2단계 외환자유화는 그동안 규제하여 오던 개인의 외환유출을 완전자유화 하는 것으로 지금 규제되고 있는 거주자의 해외예금이나 송금, 여행경비 등의 한도를 완전히 철폐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들이 실시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내국인에 의한 외환의 급격한 유출, 즉 재산의 해외도피이다. 국내총생산(GDP)의 5~15%규모에 달하는 재산이 해외로 도피한 남미국가를 보면 하나같이 1980년대이래 경제성장률이 정체되어 있고 반복하여 금융위기를 당하는 등 어려움에 처해 있다.

최근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보완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일정금액이상 유출시 자율적으로 한국은행에 보고하도록 하는 것과 국세청으로 하여금 세무조사를 하게 하는 방법, 그리고 국제금융센터를 통하여 외환의 흐름을 모니터링하여 사전경보체제를 유지하는 방법과 대외금융정보시스템(FIU)을 설치하여 불법외환유출qm 방지하는 방법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만으로 재산의 해외도피를 막기에는 충분치 않다. 먼저 개인의 송금이나 해외예금의 경우 한도를 초과할 경우 한국은행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를 어길시 벌금이 상대적으로 적고 이러한 자금유출을 사전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어 실효를 거두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또일정금액 이상 송금시 국세청에 통보하게 되어 있으나 이를 적은 금액으로 분산해서 송금할 경우 찾아내기가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다.

국제금융센타도 사전에 모니터링하는 기관이지 재산의 해외도피를 막을 수 있는 기관은 아니다. 불법외환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대외금융정보시스템 역시 급격히 증대하는 불법외환유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금년 7월말까지 적발된 우리의 불법외환유출은 이미 지난해에 비하여 40% 증가한 1조 2,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불법외환유출은 외환자유화가 시행될 경우 더욱 증가할 것이고 이를 적발하기가 더 어렵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현재의 보완조치로는 재산의 해외도피가 일어날 경우 이를 막기란 쉽지가 않다. 따라서 당분간 현재와 같이 외환송금이나 해외예금의 한도를 유지하여 사전에 외환의 유출을 방지하는 방법으로 좀더 강도높게 외환자유화조치를 보완하거나 혹은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정착되고 금융기관이 정상화되는 등 경제여건이 안정되었을 때 외환자유화가 실시되도록 그 실시시기를 연기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외환자유화는 그 실시시기가 중요하다. 일본 등은 경제가 안정된 시기에 실시하여 성공했고, 남미 여러 국가들은 성급하게 준비없이 실시하여 지금까지 어려움을 격고 있다. 또 같은 남미 국가라도 외환규제를 완전히 철폐한 아르헨티나와 멕시코와 외환규제를 유지한 브라질과 칠레 등을 비교하면 일정수준의 외환규제를 유지한 나라의 재산도피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었고 그 회복속도도 빨랐다고 한다.

외환자유화 연기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연기를 할 경우 대외신인도의 하락을 염려하나 오히려 현재 상황에서 외환자유화를 연기하는 것이 외환도피 등 우리경제의 불확실한 요인을 제거해 주는 이점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단계 외환자유화정책 시행에 앞서 신중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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