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방상호신용금고 불법대출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과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이 26일 검찰에 출두하면서 두 사람은 물러설 곳 없는 일전을 벌이게 됐다.이들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무엇보다 관심을 집중시키는 대목은 서로 상대방의 배후 인맥을 터트리는 폭탄선언이 나올지 여부. 만약 이를 통해 그동안 코스닥시장 등을 통해 나돌던 정ㆍ관계 인사 관련 소문이 일부라도 드러날 경우 핵폭탄급의 파장이 일 전망이다.
그동안 정ㆍ이씨 두 사람은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십분 활용하면서 서로를 치열하게 견제해 왔다. 정씨는 “이씨가 금고의 실질적 주인으로 불법대출을 주도했으며, 금감원 직원 등에게 현금과 주식을 뿌렸다”고 폭로했고, 이에 질세라 이씨도 “이번 사건은 정씨의 무리한 사업욕이 빚은 사고”라며 “오히려 정씨가 고위층을 들먹거렸다”고 반박했다.
이같은 신경전은 금융사고가 터진 이상 금고 대주주와 부회장인 두 사람 중 누군가는 법적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한 현실 인식 때문.
더구나 두 사람이 앞으로 격리된 상황에서 강도높은 조사를 받으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이 악화할 여지가 충분하고, 그럴 경우 결백을 주장할 최후의 수단으로 `리스트'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지금껏 상대방을 비난하면서도 결정적인 대목은 피해가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고, 정씨나 이씨 모두 재기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입장이어서 서로에게 치명상을 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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