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들이 오늘 국회의 서울시 국정감사를 힘으로 막을 계획이라고 한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다. 서울시 6급 이하 직원 모임인 공무원직장협의회는 `지방자치단체 국감은 위헌'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국감장인 시청 상황실을 직원 150명이 몸으로 봉쇄할 것이라는 얘기다. 또 협의회 소속 직원들은 이날 `근조 지방자치'라고 쓴 검은색 리본을 달고 근무한다고 한다.결론부터 말해, 공무원들이 어떤 명분에서든 국회의 정상적 활동을 방해하는 것은 잘못이다. 서울시는 국회의원의 국감장 입장을 막는 직원은 공무집행 방해로 간주해 처리할 방침이라지만, 이건 법 이전에 양식의 문제다. 중대한 민원이 걸린 민간인들도 아니고, 공무원들이 법에 따른 국정감사를 힘으로 막겠다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공무원직장협의회가 국감에 반대하는 명분 자체는 이해한다. 현행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특별시ㆍ직할시와 도(道)만 국감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 국감이 지방자치제의 뜻에 맞지 않고, 지방의회의 자치적 감사업무와 중복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와 학계에서도 계속 논란하고 있는 사안이다. 서울시 공무원 직장협의회가 최근 전국 7개 시ㆍ도 직장협의회와 함께 지자체 국감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소원을 내고 국회의장과 관련 상임위원장에게 국감 중지요청 공문을 보내는 것과, 집단행동으로 국감을 직접 저지ㆍ 방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헌법소원을 냈으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순리다.
헌재의 권위는 인정하면서 국회의 권한을 무시하는 것은 모순된다. 아무리 지방자치의 명분이 소중하더라도, 공무원들이 실정법과 국회의 권위를 당장 행동으로 거부해야 할 정도로 절박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직장협의회는 실력저지의 또 다른 명분으로 `국회가 과도한 자료요구로 업무부담을 가중시켜 공무원의 직무수행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들었다. 국감을 받는 모든 공무원들이 갖는 이런 불만은 국회의원들이 경청하고, 또 악습을 고쳐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게 정당한 불만이라고 해서 집단행동까지 정당화 해 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국회가 국민대표기관으로 신뢰를 얻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공무원들이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나라의 기강이 흔들리게 된다. 정당한 의사 표시도 상식선을 지켜야 한다.
국회도 `감히 국회에…'라고 권위만 내세울 게 아니라, 헌법소원까지 제기된 지자체 국감 문제를 진지하게 재검토할 때가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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