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극장 5~7관에서 상영한 `해변으로 가다' `킬리만자로' 는 20명, `주유소습격사건' 은 25명, 아트선재센터의 단편영화에는 40명. 영화인회의가 주최하는 제1회 한국영화축제 첫날인 25일의 성적이다. 잔치가 꼭 북적대야만 성공은 아니다. 의미만 있다면.그래도 이건 너무하다. 소위 `관객들과 호흡하는 우리영화 축제의 장' 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매회 40세 이상 선착순 40명은 무료' `지난 일년동안 관람한 한국영화 입장권 3장을 가져와도 공짜' 라고 해도 겨우 20명은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영화인이 선정한 영화상' 을 위해 각 상영관 앞에 투표함을 두었지만 3,000 영화인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사전홍보가 안돼서 그렇다고 했다. 맞다. 서울극장 고은아 대표는 “하다못해 각 영화사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알렸으면 좋았을 것” 이라고 했다. 급조한 탓이다. 영화인회의는 대종상영화제와는 다른 영화제를 하겠다고 선포한 것이 일년이 넘었다. 시기도 좋지 않았다. 부산영화제가 끝난 게 엊그제다. 졸속이니 당연히 준비부족과 혼란도 뒤따랐다. 단편영화 상영관을 남산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아트선재센터로 바꾼 것이 불과 며칠 전이다.
24일 개막식과 개막작 샐? 영 때는 영화사 관련 영화인들만 북적댔다. “전국에서 580만 명이나 본 `쉬리' 를 볼 사람이 있겠느냐” 는 것이 그들의 분석이다. 강제규 감독조차 `쉬리' 가 개막작이란 사실에 실소했다. 바로 여기에 한국영화축제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축제라는 이름아래 지난 일년동안 국내 개봉된 36편의 영화, 그것도 이미 비디오와 심지어 TV로도 방영한 것까지 모두 상영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이없다. “필름으로 보는 것은 다르다” 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인지, “흥행에 실패한 것에 재도전해 보겠다” 는 것인지. 이런 영화제에 영화진흥위원회는 국민의 세금인 영화단체지원사업금 1억원을 주었고, 그것도 모자라 특정 영화제작사( CJ 엔터테인먼트)로부터 1억5,000만원을 얻어냈다.
개봉때 흥행에 실패한 졸작이 축제라고, 반값(3,000원)이라고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입장료가 비싸 그 영화를 보지 않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흥행작 역시 그들의 분석대로 볼 사람은 다 봤다. 이 날 단 한 곳, 류승환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를 상영하는 곳은 300여석에 250명이 몰려 관객이 거의 찼다. 작품성에서 뛰어난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저예산이라는 이유, 배타적인 배급구조로 극장을 잡지 못해 서울 한 곳에서만 개봉했었다. 영화제가 그 기회를 다시 한번 주었다.
그렇다면 영화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관객들의 호응을 받는지 분명해진다. 힘에 밀려 상영조건이 열악했던 좋은 작품, `춘향뎐' 이나 `플란다스의 개' 처럼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뒤늦께 조명을 받는 작품들만 초대손님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걸핏하면 잔치판이나 벌이는 영화인들. 남의 돈이나 국민의 세금이 아까운 줄 모른다.
이대현기자 leedh @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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