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통일 北의사 공개남북관계 일정이 11월말까지 올스톱 상태가 이어질 것 같다. 북측은 이미 지난달 3차 장관급회담에서 이같은 입장을 공식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재규 통일부 장관은 26일 세종대학교 부설 세종연구원 주최 조찬 강연에서 “3차 장관급회담 때 전금진 북측 단장이 앞으로 한 두 달 정도는 남북관계의 속도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박 장관은 이에 따라 “다음달 초로 예정된 이산가족 교환방문이 12월 이후로 밀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북측은 일찌감치 대미 관계개선 프로그램에 따라 남북관계 일정을 재조정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회담 관련 일꾼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정 궤도에 오른 남북관계를 당분간 제쳐두고 대미 관계 개선에 주력하려는 의도로 판단된다.
실제로 북한 내 행사가 많아 유일한 외국인 투숙 호텔인 고려호텔이 만원이어서 남북 관련 회담을 치를 수 없는 형편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 호텔 가운데 한 동 전체를 비전향 장기수 63명이 사용하고 있어 국내 기업인의 방북도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일각에서 우려하는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이 아니라 북미관계의 큰 행사가 끝나는 12월부터는 다시 남북관계의 바쁜 일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정부가 북한의 이같은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계속해 왔다는 점이다. 박 장관은 이날 전 단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한두 달이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제 이해가 간다”고 실토했다.
당시엔 몰랐으나 올브라이트의 방북 등 북미관계의 진전 상황을 보니 알 것 같다는 말이다. 회담 책임자로서 무능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정부는 북측이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는다며 한적 총재 명의로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을 19일 전달한 데 이어 박 장관 명의의 서한도 보낼 것을 검토했었다.
한편 박 장관은 이날 “남북 학술교류에 대해 3차 장관급회담 때 합의했다”며 “북측이 시기를 못박는데 난색을 표해 양해각서를 받고 내년 봄부터 학술교류를 본격 시작하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그러나 양해각서가 문제가 되자 뒤늦게 공보관을 통해 “각서가 아니라 이면합의가 맞다”고 정정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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