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쳐(The Watcher)' 는 몇가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난해 `매트릭스' 로 다시 한번 액션배우로 입지를 굳힌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 그것도 악역을 맡았다. 그 덕분인지 지난달 미국에서 개봉돼 2주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또 하나는 `패트릭 최' 라는 프로듀서이다. 그는 재미 한국인이다. 1992년 `크라잉 게임' 을 한국에 배급했고, `DNA' `레저렉션' 등을 제작했다. `왓쳐'의 흥행성공으로 그는 한국인 최초의 할리우드 거물급 제작자로 자리잡았다.
어떤 인간은 타인과의 특정한 관계에서 자신의 존재를 느낀다. 그것이 소멸될 때 그는 그것을 다시 이으려 발버둥친다. `왓쳐' 는 그 때문에 벌어지는 연쇄살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범인 그리핀(키아누 리브스) 의 살인은 8년 동안 그를 쫓는 FBI수사관 조엘(제임스 스페이더) 이 있었기에 의미가 있었다. 그와의 게임이 곧 자신의 존재 이유였다. 그런 조엘이 사표를 던지고 LA에서 시카고로 가버렸다.
이때 그리핀이 갖는 감정은 해방이 아니었다. 배신감이었다. 끝까지 자신을 추격하지 않은 조엘을 `우리 관계에 전력을 다하지 않은 인간' 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LA에서와 같은 방식인 피아노 줄로 혼자 사는 젊은 여성들의 목을 졸라 죽이는 행위를 시작한다.
그의 살인이 조엘을 다시 수사에 나서게 하고, 그리핀은 게임을 시작됐다. 조엘로 하여금 살인대상 여성의 사진을 찍어 보내고는 12시간 안에 그 여자를 찾아내도록 한다. 조엘이 단서를 찾아나서는 아슬아슬한 숨막히는 시간, 그러나 한발 늦어 아슬아슬하게 죽어가는 여자가 영화의 긴장이자, 둘 사이의 상호반응이다.
이런 관계는 일방적인가. 과거 자신이 좋아했던 여자의 살해현장과 그때 그리핀을 좇던 자신의 기억이 악몽처럼 조엘을 괴롭히지만, 정신과 여의사 폴리는 “그 악몽이야말로 그리핀에 대한 그리움일 수 있다” 고 말한다.
그 기억을 때론 흑백이 뒤바뀐 네가필름으로 보여주면서 영화는 그리핀이 조엘의 또 다른 욕망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마지막 처음으로 만나는 그들이 친구처럼 느껴지게 한다. 동성애적 분위기까지 감돌 정도로 폴리를 사랑하는 조엘에 대한 그리핀의 질투는 강하다.
해리 코닉 주니어, 쿨리오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던 조 사베닉 감독은 데뷔작으로 `세븐' 과 같은 스릴러를 선택했지만, 공포나 지적인 추리보다는 현란한 화면과 강한 비트로 심리와 상황을 묘사하면서 `관계 속의 인간' 과 `식스 센스' 와는 다른 소재로 소외된 현대사회 속의 커뮤니케이션을 규명하려 한다. 물론 살인이란 죄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결론을 가지고.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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