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조계현은 역시 '팔색조'였다.조계현은 팀이 1승2패로 몰린 가운데 25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LG와의 2000시즌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완급을 조절하는 노련한 투구를 앞세워 7회 2사까지 5안타만 내주며 무실점으로 막아 팀의 5_1 승리를 견인했다.
조계현은 한국시리즈 4승을 포함해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7승(1패)째를 따냈다. 심정수가 선제 3점홈런을 터뜨린 두산은 이날 승리로 LG와 2승2패의 균형을 이뤘다.
기선을 제압한 쪽은 두산이었다. 1회초 2사 1,2루의 실점위기를 넘긴 두산은 1회말 2사 1,2루의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 들어선 것은 심정수.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9타수 무안타. 볼넷 3개와 몸에 맞는 볼 1개로 출루한 게 전부였다.
팀의 중심타자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었던 심정수는 볼카운트 1_0에서 상대선발 해리거가 던진 몸쪽 높은 직구를 끌어당겨 좌측담장을 넘기는 110m짜리 3점홈런을 작렬했다.
2,3,4회에 LG는 계속 주자를 내보내면서도 조계현의 내외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
두산은 4회말 1사후 김민호와 정수근의 잇따른 안타로 1,3루의 추가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장원진이 좌익수플라이를 날렸을 때 3루주자 김민호가 홈으로 들어오기에는 무리였다.
하지만 LG 좌익수 최익성의 어깨가 약한 것을 간파한 발빠른 주자 김민호는 홈으로 뛰어들어 귀중한 1점을 추가했다.
LG는 5,6회에도 2루타를 때리고 주자들이 출루했으나 점수를 내지 못했다. 반면 두산은 6회말 2사후 또 한번의 찬스를 잡았다.
우전안타로 나간 장원진이 2루를 훔치고 우즈가 볼넷을 골라 주자는 1,2루. 오른손 중지부상에도 불구하고 이날 경기에 출전한 김동주가 적시에 좌전안타를 때려 1점을 보태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LG는 6안타의 빈공에 허덕이며 9회초 터진 조인성의 홈런으로 간신히 영패를 면했다. 5차전은 26일 오후 6시부터 벌어진다.
잠실=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포커스 / 'LG기죽이기' 부상김동주 출전주효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물리쳤다(死諸葛走生仲達).' 중국의 고서 `삼국지'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로, 자기 편의 아킬레스건을 역이용해 상대방을 제압할 때 자주 인용된다.
이날 두산과 LG전의 관심사는 두산의 4번타자 김동주가 출전하느냐 여부였다. 2차전에서 수비를 하다가 오른손 중지의 인대가 늘어나 타석에 들어설 수 있을 지가 의문이었다.
3차전에 대타로 출장했고 이날 경기출전 여부도 불투명했었다. 그러나 3차전까지 9타수 6안타를 때린 김동주는 이날 오른손 중지에 붕대를 감고 4번타자겸 지명타자로 나섰다. 물론 김동주가 빠진 중심타선은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이유가 컸다.
하지만 김인식 두산감독의 또다른 의도는 김동주의 맹타를 기대했다기 보다는 다분히 상대방의 기를 꺾겠다는 것 아니었을까. 타자에게 가장 중요한 오른손 중지에 힘을 줄 수 없어 제대로 타격을 할 지 의문이었던 데다가 무리한 출전이었기 때문.
행운의 내야안타 1개를 포함, 2개의 안타를 때려 기대이상의 활약을 펼쳤지만 김동주의 출전 자체만으로도 LG측에게 큰 부담이었던 게 사실이었다. 물론 김동주가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태 전성기시절 김응용감독이 볼을 던질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선동렬의 불펜투구로 상대방의 기를 꺾었던 것처럼 김인식감독의 `얼굴마담 김동주'라는 노림수는 맞아 떨어진 셈이었다.
/정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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