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게이트' 파문이 확대되면서 신용금고업계가 초비상이다. 예금부분보장제 실시로 가뜩이나 고객 이탈이 가시화하고 있는 마당에 `신용금고=불법 온상지'라는 인식이 퍼져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각 신용금고는 이미지 개선을 위해 다양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지만 금고업에 대한 불신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직격탄을 맞은 곳은 정현준(鄭炫埈) 한국디지탈라인 사장이 “불법대출 및 자금세탁 등과 관련해 이용한 금고가 동방, 대신금고 외에 8개 사가 더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명이 공개된 금고들이다.
이들 금고는 25일 새벽부터 고객들의 빗발치는 항의성 문의전화를 받느라 곤욕을 치렀다. 한솔금고 이동욱(李東郁) 영업부장은 “수개월 전 정 사장 계열 회사에 주식 담보로 7억~8억원 가량을 대출해 준 적은 있지만 이미 상환받았다”며 “서울 강남지역에 위치한 대부분의 금고가 일부 상장 벤처회사를 대상으로 주식담보 대출을 하고 있으며 불법대출이나 자금세탁에 이용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해동금고 관계자도 “6~7월께 한국디지탈라인이 발행한 어음 32억원어치를 할인해준 적이 있을 뿐 다른 관련 사실은 전혀 없다”며 “고객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엉뚱하게 피해를 입은 업체도 있다. 문제가 된 서울동방금고와 사명이 똑 같은 목포동방금고는 지난 23일 하루에만 15억원이 인출되는 등 `억울한 피해자'가 됐다.
황우섭(黃佑燮) 감사는 “고객들이 오해를 하고 자금인출에 나서는 등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내년부터는 목포저축은행으로 사명을 바꾸는 등 이미지 혁신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신용금고도 “동방이나 대신금고에 대출해준 돈이 있느냐” “신용금고면 모두 다 똑 같은 것 아니냐” 등의 항의 전화에 몸살을 앓으며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강남서울금고는 이날 오전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영업점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2.41%에 달하는 등 우량한 금고'라는 내용의 게시문을 붙이기로 했으며, 골드금고는 금리인하 및 특화상품 개발 등의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서울금고 관계자는 “예금부분보장제 실시로 인한 타격을 예상하고 업계간 예금 분산예치를 실시하는 등 살아남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검찰 수사를 통해 하루빨리 진위가 가려져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금고업계 전체가 몰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