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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도전 '하면 된다' 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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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도전 '하면 된다' 조롱

입력
2000.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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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시대, 공장 담벼락이나 군대 연병장에는 이런 표어가 써 있었다. `하면 된다'그 시절, 그곳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능동과 수동을 병치한 이 두 어절이 얼마나 섬뜩하고 위험하고 무모한지를 알 것이다. 어느 쪽으로 해석해도 마찬가지다. `불가능은 없다' 라면 그 불가능은 용서 받을 수 없는 죄나 낙오가 되고, `아무나' 를 생략한 것이라면 `어떤 일이든 나도 할 수 있다' 가 된다.

`하면 된다' (감독 박대영) 는 그 위험한 생각에 대한 조롱이다. `불가능은 없다' 와 `나도 할 수 있다' 고 말하는 영화는 파산해 달동네로 옮긴 병환(안석환) 가족을 등장시켜 보험금 타먹기의 우여곡절을 이야기한다.

사업에 실패, 달동네로 옮긴 병환(안석환)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동차 사고를 당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화위복이고, 인생을 바꿀 줄이야. 생각지도 못했던 보험금이 들어오자 아내 정림(송옥숙), 딸 장미(박진희), 재수생 아들 대철 (정준) 모두 `보험금 타먹기 작전'에 뛰어든다.

그들은 일부러 얻어맞고, 소주상자에 깔려 허리를 다치고, 야구연습장에서 공에 눈을 맞아 시력을 잃는 대신 보험금을 타내 이전의 부유한 생활로 돌아간다.

그리고 더 욕심을 내면서 사기꾼 충언(박상면)을 사위로 맞아들이고, 얼굴도 모르는 먼 친척인 고아 광태(이범수)를 끌여 들어 보험을 들어 놓고 몸 값을 노린다. 공포를 슬쩍 집어넣으며 웃음도 함께 노린다.

웃음을 크게 하기 위해 병화 가족은 `조용한 가족'을 닮아 가고, `신장개업'의 콤비 박상면은 뻔뻔해 지고, 이범수는 능청을 떤다. 그러나 그들은 `조용한 가족' 만큼 현실적 비애을 전하지 못한다. 단지 IMF 사태 직후와 지금의 상황차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예 웃기기로만 작정한 영화는 황금 만능주의, 가족 이기주의, 결과중시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칼날을 세우지 못했고 비슷한 소재의 일본영화 `자살관광버스' 의 유치하지만 진한 페이소스로 끝 맺기를 거부했다.

그래서 깊은 맛보다는 순간순간 웃고 마는 영화. `하면 된다' 는 어쩌면 낡은 이데올로기를 가볍게 비틀려다 자신도 모르게 한 쪽 발목을 집힌 것인지도 모른다. 28일 개봉.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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