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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정일의 실용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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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정일의 실용주의

입력
2000.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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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의 절대권력을 쥐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왔다. 두 사람은 이틀간에 걸쳐 무려 6시간을 이야기했다. 단독회담, 연석회담, 만찬파티, 매스게임구경 등 다양한 분위기속에서 이야기가 오갔다.92년 핵사찰문제로 북미간의 공식 대화가 트인 후 수없는 회담이 있었지만 미국 정부사람이 김정일을 직접 만나 담판을 벌인 것은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올브라이트 장관이 회담후 밝힌 내용중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대목은 김정일의 성격을 평한 부분이다. “남의 말을 잘 경청하고(good listener) 좋은 대화상대자(good interlocutor)이며, 매우 결단력이 있고 (decisive) 대단히 실용적(practical)이다.”

8년동안 세계의 지도자들을 만나 협상을 해본 외교총수답게 상대의 성격을 일목요연하게 분석하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리더십에 필요한 주요 덕목을 갖췄다는 이야기다.

■올브라이트 장관이 평한 김정일의 `실용적'성격이 매우 인상 깊게 들린다. 올브라이트의 이런 표현속에는 김정일과 협상을 해야 할 미국이나 한국은 물론 일본 당국자들이 당면할 일들을 암시하고 있다. 아니 암시한다기 보다 이미 드러났다.

한ㆍ미ㆍ일 3국이 돈을 모아 원자력발전소를 짓게하고, 막대한 식량을 공짜로 받았고, 금강산 구경 요금을 거두고, 미소지으면서 수십명의 비전향장기수를 고스란히 송환받았다.

■올브라이트 장관이 평양을 거쳐 서울에 왔다. 한ㆍ미ㆍ일 외무장관회담을 열어 북한미사일 문제를 협의한다. 여기서 논의될 가장 중요한 이슈가 바로 실용적인 김정일 위원장의 주문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미사일의 개발, 시험발사, 수출을 중지하는 대신 줘야할 보상 말이다.

미국사람들도 실용적이라면 세계 최고수준이다. 현금을 직접 주지 않고도 돈을 버는 방법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가르쳐 주는 방법은 없을까.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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