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 게이트'의 파괴력은 이른바 `리스트'가 존재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장래찬 금융감독원 국장에서 출발한 수뢰의혹이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의 입을 통해 정ㆍ관계 유력인사로 확대되면서 정현준 사건은 정ㆍ관계를 뒤흔드는 정치스캔들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그러나 “정ㆍ관계 로비는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이 다 했다”고 말해 정 사장이 조성한 평창정보 사설투자펀드 가입자 명단이 결국 항간에 떠도는 `정현준 리스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3월 조성한 70억원 규모의 평창정보통신 사설펀드에 금감원 직원들과 정치권 인사,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다수 가입했다”며 “각계의 유력인사들이 소문을 듣고 접근, 가입을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정무위 국감에서 “현직 여당 국회의원이 평창정보통신 주식을 40억원이나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 사장이 “사직동팀으로부터 이달 초 조사를 받았다”고 밝힌 것도 정ㆍ관계의 유력인사들이 펀드에 투자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해 준다.
더 큰 파괴력을 지닌 것은 정·관계 로비 대상자 명단인 `이경자 리스트'. 정 사장은 “이 부회장이 정ㆍ관계 실세들과 친분관계를 과시하고 다녔다”며 각종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로비자금을 살포한 인사들의 명단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정작 이 부회장은 “리스트따위는 없다. 금감원 장래찬 국장은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시중에서는 벌써부터 금융계와 정계 실세들을 중심으로 한 마타도어성 리스트가 판을 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마당발이며 `민원 해결사'로 알려져 실제로 광범위한 로비를 벌였거나 리스트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리스트가 있더라도 이 부회장이 이를 공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98년부터 금융기관 퇴출 바람이 불면서 치열한 로비전이 펼쳐졌고, 코스닥 활황시 기업을 빨리 등록시키기 위해 권력의 실세들에게 '급행료'를 냈던 사례가 많아 제2, 제3의 이경자 리스트가 불거져나올 가능성도 많다”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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