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일개 기업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생존 수단으로 배상신청을 결심했습니다.”`골리앗'인 국가기관의 규제 남용을 문제삼아 `다윗'에 불과한 중소기업이 사상 최고액인 11조여원의 배상신청을 진행한다. 배상신청액은 서울시 예산과 맞먹는 것이다.
숙취해소음료인 `여명808'을 제조하는 ㈜그래미(대표 신삼례)는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근거없는 단속과 규제로 특허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11조4,000억원의 배상신청을 서울고검에 냈다.
국가배상신청은 국가 공무원의 잘못된 직무수행으로 피해를 본 국민들이 전국 고검에 설치된 배상심의위원회에 피해구제를 요청하는 것으로 피해자가 심의회의 결정에 불복할 경우, 민사소송을 낼 수 있다. 그래미의 신청금액은 1년간 회사 매출액 등에다 특허권 사용기간인 20년을 곱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1998년 `여명'의 특허등록을 마친 그래미에 대한 식약청의 단속이 시작되면서부터. 당시 그래미는 8년간의 연구를 통해 여명이 숙취해소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에서까지 특허를 받았다.
그러나 식약청은 `식품 등의 세부표시기준'을 내세워 여명 제품 표면에 특허물질임을 알리는 문구를 삽입하지 못하게 했고, 이에 불응하는 그래미측을 15차례나 고소ㆍ고발했다. 그래미 관계자는 “식약청의 단속으로 지사의 계약파기가 속출, 130개나 되던 전국 지사가 60개로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견디다 못한 그래미측은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에 식약청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지난 3월 결정에서 “식약청의 표시규제는 특허제품의 기능과 내용을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못하게 함으로써 재산권의 일종인 특허권을 유명무실하게 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을 목적으로 하는 식품위생법의 입법목적에도 위배된다”며 그래미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양균 그래미 상무는 “그동안 제품을 제대로 판매하지 못해 입은 불이익도 크지만 더욱 가슴아픈 것은 피땀을 흘려가며 개발한 발명품을 마치 불량식품처럼 취급해온 공무원들의 행태”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발명가의 기를 꺾는 부당한 규제에 항의하는 의미에서라도 이번 배상신청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다짐했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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