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익의 3집 '허허바다'나와`파도를 보면 내 안에 불이 붙는다/ 내 쓸쓸함에 기대어 언 몸으로 부딪치며 으깨지며/ 망망대해 하얗게 눈물 꽃 피워내는/ 파도를 보면/ 아 우리네 삶이란 눈물처럼 따뜻한 희망인 것을' (허형만 시·장사익 곡)
`소리꾼' 장사익을 키운 것은 어떤 매니지먼트사도, 오빠 부대도 아니다. 하루 하루 살아가면서 조금씩 일탈을 꿈꾸는, 그러나 술자리에서 객기도 한 번씩 부려보는 그렇고 그런 `사내'들이다. 장사익의 노래에 취한 30대, 40대들은 “그 친구 노래 잘하대” 하며 배고픈 줄도 모르고 소문내고 다녔다.
가수가 꿈이었으나 음악대학에는 다닌 적이 없고, 마흔이 훨씬 넘어 첫 음반을 낸, 장사익이 3집 음반 `허허 바다'를 내놓았다. 그의 공연에 가 본 사람이라면 귀에 익은 노래도 많다.
그는 “가을이라 가을 바람 솔솔 불어오니~ 바람이 계절을 몰고 옵니다'로 시작하는 편지를 음반에 끼워 보냈다. 일년내내 몸살(몸살 보다는 좀 심한, 몸이 편치 않다 소리를 많이 써 얻은 병이라고 한다) 을 앓다 부끄럽게 음반을 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의 노래는 몸살도 보약처럼 여기는 것 같다. 더 무르익었다.
`동백 아가씨' `타향살이' 같은 곡들은 많은 중년을 그의 골수팬으로 만든 레퍼토리 이다. 특히 마지막 곡 `댄서의 순정' 을 듣고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면 `한국 토종' 인지 의심해 볼만하다. 그렇더라도 낯익은 곡만 반복하면 음반을 듣는 재미가 없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옛날 추억이 해일처럼 일어날 지도 모를 애잔한 트렘펫 소리(최선배 연주)로 시작하는 `파도'는 풀었다 당겼다 하는 맛이 능란한 김광석의 기타, 장사익의 노래와 허형만의 시까지, 맞춤처럼 기막히다.
김광석의 기타는 `웃은 죄' `사랑 굿' `반달' 에서도 모듬 북소리와 어울리는데, 막걸리와 한 점의 홍어회처럼 잘도 넘어간다. 거문고에 북을 얹어 중모리 장단으로 엮어가는 `나그네'(박목월 시) 역시 듣는 맛이 좋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압권은 역시 `허허바다'. 판소리 장단에 경기지방의 굿소리 장단, 구음이 엮어 휘몰아친다. `살아도 산 것이 없고/ 죽어도 죽은 것이 없네/ 태풍이 지나간 허허바다에/ 겨자씨 한 알 떠있네'(정호승 시).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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